천국이 '섬'이라면…뉴칼레도니아

머니투데이 뉴칼레도니아=최병일 기자 2010.10.21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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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천국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비행기를 타고 10여 시간을 넘게 날아가야 도착하는 뉴칼레도니아는 원시의 자연이 꿈틀대는 축복받은 곳이다. 부드러운 무역풍에다 거대한 라군에 둘러싸인 옥빛과 감청색까지…. 그라데이션을 이루는 투명한 물빛, 세련된 프랑스풍의 풍모와 원색의 전통문화가 오묘한 조화를 이루는 곳. 뉴칼레도니아에서 보낸 4박6일은 캐러멜마키아토처럼 달콤했고, 그린파파야처럼 상큼했다.


- 종탑 너머 모젤항의 기지개, 물속 고사목의 느린 숨소리
- 원주민의 유쾌한 댄스 파티…그 모든 '자유'가 허락된 곳


천국이 '섬'이라면…뉴칼레도니아


뉴칼레도니아의 수도 누메아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요트가 군락을 지어 인상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뉴칼레도니아에서 가장 도시화된 지역이라고는 하지만 경치 좋은 해양도시의 풍광일 뿐 현대도시의 복잡다단한 삭막함과는 거리가 멀다.



누메아의 중심지역인 코코티에(열대야자나무)광장에는 아주 편안한 얼굴을 한 사람들이 공원 벤치에 앉아 하늘을 올려보거나 느릿한 일상의 한끝에서 그림처럼 붙들려 있다.

모젤항 주변의 아침시장에서도 느긋함은 그대로 전이된다. 약삭빠른 계산속보다 서로의 삶을 나누는 친밀한 눈빛이 오고가는 곳이 이곳 시장의 모습이다. 육각형의 푸른색 지붕 아래 파는 물건 또한 소담하기 이를 데 없다. 그날 수확한 꽃과 야채, 핸드메이드로 제작한 것같은 장신구들, 그날 잡은 싱싱한 생선까지.



시장을 벗어나 누메아의 대표적 전망대 FOL에 올라서면 누메아 일대 풍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세인트조셉성당은 물론 종탑 너머의 아침시장 모젤항구까지 시원하게 펼쳐지는 도시의 풍경은 왜 이곳을 프렌치풍의 도시라고 하는지 알게 해준다. 마침 전망대에 꼬마기차인 쁘띠트레인이 도착했다. 아이들의 티없는 미소를 같이 싣고온 기차는 바람의 힘을 빌려 느리게 언덕을 내려갔다.

전망대에서 또하나 눈길을 끄는 것은 독특한 모양을 한 그라피티다. 고대 원시인들의 동굴 벽화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하는 그라피티는 낙서냐, 예술이냐는 논쟁의 중심에 서기도 했지만 햇살 아래 반짝이는 그라피티의 선명한 질감은 예술적 흥취를 더하기에 충분했다.

뉴칼레도니아의 오래된 전통을 살피려면 세계 5대 건축물 중 하나로 손꼽힌다는 치바우문화센터를 가야 한다. 부족 통합과 독립운동에 앞장서다 암살된 장 마리 치바우를 추모하기 위해 설립된 문화센터는 이탈리아의 유명한 건축가 렌조 피아노가 소나무와 원주민의 전통가옥 '카즈'를 모티브로 설계했다고 한다.


문화센터는 마치 성경 속 노아의 방주가 그러했을 것 같은 독특한 모양새를 하고 지상에 내려앉았다. 마침 문화센터 안에선 '카낙쇼'라고 하는 퍼포먼스가 벌어지고 있었다. 원주민의 역사와 삶의 모습을 간명하게 보여주는 이 공연은 엄숙하면서도 익살맞고, 생명의 환희와 생멸의 진지함을 고루 갖춘 뮤지컬처럼 가슴을 울린다.

치바우문화센터 내 다양한 전시물과 센터 뒤 전통가옥을 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멜라네시안문화와 남태평양의 다양한 예술품이 고루 전시돼 있어 하루 만에 예술품을 가슴에 담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모자라 그저 사진처럼 눈에다 찍어올 수밖에 없었다.

천국이 '섬'이라면…뉴칼레도니아
뉴칼레도니아는 에코투어로도 유명한 곳이다. 섬의 60% 이상이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돼 있을 만큼 훼손되지 않은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몽트뢰벨에 위치한 블루리버파크에서는 뉴칼레도니아의 생명력 넘치는 자연의 풍광을 그대로 체감할 수 있다. 날지 못하는 새 카구를 비롯해 노투, 도로세라 등의 다양한 조류와 쭉쭉 뻗어있는 수천 그루의 카오리나무, 물에 잠겨 세월을 거슬러올라간 듯한 고사목까지 그야말로 살아있는 쥐라기공원을 연상케 한다.

특히 장관을 이루는 고사목은 청송의 주산지를 연상케 한다. 일명 `물 속에 잠긴 숲돴으로 불리기도 하는 인공호수 속 나무들은 조금은 쓸쓸하고 고즈넉하면서도 우아하다.

천국이 '섬'이라면…뉴칼레도니아
◇조용하고 아름다운 섬의 정수 '마레'

'자유인의 파라다이스'로 불리는 마레섬은 누메아에서 제법 떨어져 있다. 사람은 원시에 가까울수록 순박해진다. 마레섬의 원주민들은 자연 그대로다.

가공되지 않은 미소와 세련되지는 않지만 진심이 묻어있는 환대를 받으면 그만 마음마저 스르르 풀어지고 만다. 사실 마레의 명소는 소박하기 이를데 없다. 전사의 절벽과 천연수족관은 어느 섬에나 있을 수 있지만 소박하기에 더더욱 사무치는 느낌을 준다.

섬을 안내하는 이들조차 그렇다. 별다른 설명을 하지는 않아도 순수함을 지키고 살아가는 원주민으로서 자긍심마저 배어있는 듯하다.

마레섬에는 원주민들의 실제 삶을 체험할 수 있는 전통민박도 있다. 원주민들이 만들어주는 음식을 먹고 원주민들의 전통가옥에서 행복한 오수를 즐기는 것도 멋진 경험이 될 것이다.

천국이 '섬'이라면…뉴칼레도니아
◇천국보다 더 가까운 섬 '아메데'

뉴칼레도니아의 정수를 느끼려면 일데팽으로 가라고 하는 말이 있지만 진정한 천국을 느끼고 싶다면 주저없이 아메데섬을 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일본의 여류작가 모리무라 가쓰라는 '천국의 가장 가까운 섬'이라는 소설을 통해 "천국이 섬이라면 나도 그렇게 하늘 가듯 건너가리"라고 노래했다.

그녀가 천국이라 말한 섬은 뉴칼레도니아의 우베아섬 이지만 실제로 아메데에 가면 천국이 어쩌면 이런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천국은 열심히 노동만 하는 곳도 아니고 그렇다고 하릴없이 쉬기만 하는 곳도 아닐 것이다. 무엇이든지 할 수도 있고 아무것도 안하고 쉴 수도 있는 곳. 그 모든 자유가 허락된 곳이 바로 천국일 것이다. 아메데는 바로 그런 곳이다.

해변가에 앉아서 물 속까지 훤히 비치는 바다를 바라보면 시간이 흐르는지 아니면 자신이 흐르는지 모를 정도로 마냥 젖어있어도 좋다. 한편으론 그림처럼 예쁜 등대에 올라가거나 미러보트를 타고 바다 속 물고기를 보러가도 좋다. 산호초크루즈와 원주민과 어울려서 신나게 댄스파티를 벌이면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가버린다.

아메데의 압권은 아무래도 등대다. 나폴레옹 3세 때 지은 등대는 정상까지 247계단이다. 숨이 턱에 차서 올라서면 360도로 펼쳐진 뉴칼레도니아의 풍경은 그야말로 탄성이 절로 나온다.

섬에서는 다양한 이벤트가 쉼없이 열린다. 원주민들의 전통복장인 파레오를 다양하게 입어보는 체험도 있고, 코코넛열매 까기 등의 익살스런 체험도 할 수 있다. 알록달록한 색의 우체통에는 아메데섬의 풍광이 담긴 엽서를 사서 본국으로 부치는 관광객들의 모습도 쉽게 눈에 띈다.

가끔 눈에 띄는 검은색 띠를 두른 물뱀조차 그리 흉물스럽게 보이지 않고 그저 자연의 일부처럼 느껴진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이제 천국과 이별할 시간이다. 원래 천국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며 우체통에 남기고 온 엽서처럼 뉴칼레도니아를 가슴에 담아두었다.

여행정보
항공편 서울-누메아 직항 노선이 지난 2008년 6월부터 생겼다. 에어칼린을 타고 약 10여 시간이 걸리며 주 2회 (월, 토) 운항한다. 여행상품은 4박 6일과 6박8일 상품이 있다.

통화단위는 퍼시픽 프랑 XPF , CFP 등으로 표기한다. 현지에서는 보통 프랑으로 부른다. 유로도 쓰이지만 퍼시픽 프랑을 준비해가는 것이 좋다. 100프랑이 대략 1200원 선이다.

환전은 누메아 공항 나가기 전 환전소에 원화를 퍼시픽 프랑으로 바꿀 수 있다. 비자 마스터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등의 카드도 사용가능하다. 전화는 자제하는 것이 좋다. 모바일 폰의 경우 1분의 2000원 가량이 나온다.

협찬=뉴칼레도니아관광청(www.new-caledon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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