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태광그룹 세무조사 특혜의혹에 당혹

머니투데이 송정훈 기자 2010.10.19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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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의 태광그룹에 대한 세무조사를 놓고 특혜 의혹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국세청이 지난 2007년 세무조사에서 비자금을 적발하고도 조세범 처벌법에 따라 처벌하지 않는 등 석연치 않은 사실이 속속 들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 오너의 변칙 증여에 대한 과세에 미온적인 자세로 일관해 재벌 봐주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석연찮은 태광그룹 세무조사=국세청은 지난 2007년 태광산업 등 태광그룹 계열사에 대해 특별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국세청은 당시 조사에서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이 선친에게서 물려받은 차명주식 중 1600억 원 규모를 현금으로 바꿔 관리하고 있는 사실을 적발했다. 이에 따라 2008년 최고세율 50%를 적용해 상속세 800억 원을 부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국세청이 대규모 비자금을 적발하고도 이 회장을 조세범 처벌법에 따라 처벌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해 검찰고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이 회장에게 세금을 자신신고토록 한 뒤 상속세만 물렸다. 통상 비자금은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처벌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과세 자료 등을 토대로 고의성 여부를 판단하는 데 당시 고의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비자금의 경우 유형에 따라 상속세나 증여세를 적용할지 법인세를 적용할지, 아니면 조세범 처벌법을 적용할 지 여부가 결정 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국세청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측근인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 세무조사 무마 의혹으로 한 차례 곤욕을 치룬 적이 있다. 2008년 박 회장에 대한 세무조사에서 200억 원 규모의 조세포탈 사실을 적발했지만 검찰에 일부 자료를 넘기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았다.

◇대기업 변칙증여 과세에 소극적= 태광그룹을 둘러싼 의혹과 관련, 국세청이 대기업 변칙 증여 과세에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법)이 완전포괄주의로 변경됐는데도 과세에 미온적으로 일관하는 것은 대기업 봐주기라는 것이다.

지난 2004년 상증법은 유형별 포괄주의에서 완전포괄주의로 변경됐다. 과거 삼성 에버랜드 등 재벌의 변칙 상속의 경우 조세법률주의에 입각한 과세가 쉽지 않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였다.


완전포괄주의는 유형을 따로 명시하지 않고 상속이나 증여로 볼 수 있는 모든 거래에 대해 과세를 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상속이나 증여의 개념을 기존보다 광범위하게 적용해 세금을 부과하도록 한 것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변칙 증여도 엄연히 조세법률주의에 입각해 과세를 해야 한다"며 "그룹 계열사의 물량 몰아주기가 기업 주가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를 산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국세청 사태 수습 나서= 국세청은 세무조사 무마 의혹이 불거지자 진화에 적극 나섰다. 다만 백용호 전임 청장 시절부터 세무조사 청탁을 뿌리 뽑기 위해 강도 높은 개혁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이번 의혹이 터지자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정기 세무조사 주기를 5년에서 4년으로 바꾸고 자문 역할을 담당하는 국세행정위원회를 신설하는 등 그동안의 개혁성과가 자칫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태광그룹 불법 증여는 대부분 검찰 수사가 마무리된 것들이며 새로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서는 과세 여부를 신중하게 따져봐야 한다"면서도 "세무조사 제도 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시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청탁 의혹이 제기돼 곤욕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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