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검찰이 압수수색한 서울시 종로구 신문로 흥국생명 본사 빌딩의 외관. ‘흥국(Heungkuk)’이라는 간판 아래 나무가 심어진 테라스가 있는 24층에 ‘펜트하우스’가 있다.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의 사무실 겸 숙소로 사용된 펜트하우스의 창문은 모두 블라인드로 가려져 있다(큰 사진). 24층 입구는 보안 장치가 갖춰진 유리문으로 잠겨 있다(오른쪽 아래 사진). [강정현·김효은 기자]
이 건물 24층에는 이호진(48) 태광그룹 회장의 개인 사무실이 있다. 그룹에서는 ‘펜트하우스’라고 부르는 곳이다. 호텔이나 고층 빌딩의 꼭대기 층에 있는 최고급 객실이나 주거 공간을 의미하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이 회장이 이곳을 숙소로도 이용하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펜트하우스가 이 회장의 자택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검찰의 압수수색 이전까지 이곳은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펜트하우스에 출입할 수 있는 사람은 이 회장의 최측근으로 제한돼 있다. 24층까지 엘리베이터로 연결돼 있지만 입구는 항시 보안장비로 잠겨 있다. 출입 제한이 엄격하다 보니 내부 구조도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날 펜트하우스의 테라스 방향 창문은 블라인드로 모두 가려져 있었다.
검찰이 16일 이 회장의 장충동 자택 과 함께 흥국생명 빌딩 24층을 전격적으로 압수수색한 것은 이 같은 맥락에서다. 태광그룹의 ‘사령탑’을 수색해서 비자금과 정·관계 로비 의혹을 풀 열쇠를 확보하려 한 것이다. 이번 수사가 비자금 의혹의 핵심에 있는 이 회장 일가를 겨눈 것이라는 점도 분명해진 셈이다. 이 회장이 지난 11일 해외로 출국한 지 4일 만인 15일 귀국한 것도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압수수색 자료를 분석한 뒤 이 회장 일가를 조만간 소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태광그룹 의사 결정의 정점에 있는 이들을 상대로 전·현직 임직원의 이름으로 차명 주식을 보유한 경위, 비자금의 규모와 용처 등을 추궁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 회장 등에 대한 조사를 한 뒤 태광그룹이 종합유선방송 사업 등을 확장하는 과정에 청와대와 방송통신위원회 등 정·관계에 로비를 벌인 의혹을 규명할 계획이다. 서울서부지검은 최근 한화수사를 담당했던 검사 등을 태광그룹 수사에 추가로 투입했다.
글=정선언·김효은 기자
사진=강정현·김효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