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 환율조작국 지정 연기…"국제사회 눈치 보이네"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10.10.16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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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위안 절상 가속화에 더해 달러 약세로 美 입지 좁아져

미국이 15일 예정된 하반기 환율 정책 보고서 발표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이후로 연기했다.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것과 관련, 미국이 여전히 국제사회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이유로 미국은 지난 4월 예정됐던 전반기 보고서도 7월에서야 발표한 바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15일 성명을 통해 하반기 환율 정책 보고서를 서울 G20 정상회담 이후에 내놓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부 장관은 이와 관련, "9월 이후 중국의 위안화 절상 속도가 올라가고 있다는 점이 감지된다"라며 "이 같은 속도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위안화는 지난 6월 19일 중국의 환율시스템 개혁 이후 2.8% 절상됐는데 특히 9월 이후에만 위안화 가치는 달러 대비 2% 이상 뛰어 절상 속도가 올라갔다는 평가다.

9월 감지된 절상속도는 미국이 장기적으로 바라는 수준으로 앞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중국의 지속적 통화절상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최근 중국은 지난 2005~2008년 중국이 위안화를 20% 이상 절상한 것과 비견될 만큼 빠른 절상을 추진하고 있다"(9월 30일), "중국이 최근 수주동안 의미 있는 수준의 위안화 절상을 단행했다"(10월 13일)는 발언을 연이어 내놓았다.



9월 이후 위안 절상폭에 더해 최근 국제정세가 미국 입장에서 중국과의 긴밀한 공조가 필요한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도 공격적 환율 정책 보고서 발표의 연기로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이란과 북한 핵문제와 관련,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협력이 절실한 상태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경우 오히려 중국과 통상마찰만 일으킬 수 있다는 신중론이 제기돼 왔다.

달러가 주요 통화대비 지속적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 역시 미국의 공격적 환율 보고서 발표 여지를 제한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국제사회에서는 저평가된 위안화도 문제지만 달러 약세로 글로벌 외환, 자산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등 미국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로렌조 비니 스마기 유럽중앙은행(ECB) 정책이사는 14일 최근 환율 변동 현상은 달러 약세가 주원인이라고 지적했으며 알렉세이 쿠드린 러시아 재무장관은 이날 아예 세계 외환시장 불안은 미국의 탓이라고 직격타를 날렸다.

이와 관련, 파이낸셜타임스(FT)는 15일 "달러의 거침없는 추락으로 세계 경제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각국 통화방어 움직임 역시 격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미국이 G20 정상회담 이후 다음 달 2일 예정된 미 중간선거를 앞두고 16년만에 처음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의 이번 환율보고서 발표 연기에 대해서도 미 의회 내에서는 강한 비판의 목소리도 감지됐다.

앞서 미 하원은 지난달 29일 중국을 비롯한 환율조작 의심 국가에서 수입되는 상품에 대해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상원은 다음달 중간선거 이후 이와 비슷한 법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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