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민은행 직원들을 만나면 자주 듣는 단어가 두 개 있습니다. '희망퇴직'과 '술''이죠. 지난 11일 희망퇴직 공고가 나간 후 거의 매일 술 약속에 늦은 귀가를 하는 직원이 비단 A씨만은 아니라는 겁니다.
강정원 전 행장 시절 얘기도 자주 거론됩니다. '리딩뱅크'라는 영광도 누렸지만, 동시에 경쟁은행에 이를 빼앗기는 아픔을 겪은 시절 탓이 큽니다. 실적은 악화됐고 직원 수는 많아지는 비이상적인 구조로 변해갔습니다. 직원들의 반대 속에서 무리하게 밀어붙인 'SOD'(개인영업점 업무분리제도)시행과 같은 경영진의 판단 실책도 여기에 일조했습니다.
밖에서는 모두들 '국민은행 직원 수가 너무 많다'고들 하고 내부 또한 공감하고 있다고… 그런데 지난 몇 년 동안 경영진은 어떤 대책도 취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정말 은행에 기여할 수 있는 직원들만 남아 리딩 뱅크로 살려 나가야 한다는 게 이 직원의 생각입니다. 물론 자신도 언젠가 구조조정 대상자에 포함될지 모른다면서…
이번 희망퇴직자 대상자는 최소 2000명에서 많게는 3000여 명에 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희망퇴직 신청 접수를 시작한 지 나흘만인 14일 현재 희망퇴직을 접수한 직원은 1000여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임금 피크제 대상이거나 내년에 대상자에 포함될 만 55세 이상 직원들이 대거 손을 든 것으로 전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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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은 떠나는 사람이나 남아있는 사람 모두에게 뼈아픈 일입니다. 어찌됐든 남아있는 직원들은 씁쓸한 이별과 새로운 시작이라는 무거운 마음을 두 어깨에 짊어지게 됐습니다. 여기에 책임감이라는 짐도 하나 더 짊어 매는 것이 떠나는 동료를 위한 정중한 배려가 되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