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發 로비의혹 정·관계 뒤흔드나

머니투데이 뉴시스 2010.10.15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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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그룹의 편법증여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그룹 오너 이호진 회장(48)의 비자금 일부가 케이블TV 사업 확대를 위한 로비자금으로 사용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15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원곤)는 태광그룹 계열사 티브로드가 큐릭스를 인수하는 과정서 청와대, 방송통신위원회 등 정·관계에 걸쳐 광범위한 로비를 벌였다는 관련자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13일 서울 장구 장충동 태광그룹 본사 사옥과 계열사 2곳에 수사관 20여명을 보내 압수수색에 들어간데 이어 14일에는 태광그룹 임원 3~4명을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이호진 회장은 압수수색을 앞두고 돌연 해외로 출국했다.



검찰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우선 태광그룹이 티브로드를 선두에 세워놓고 새로운 핵심전략사업으로 키우고 있는 종합유선방송사업이다.

티브로드는 1997년 7월 안양방송을 시작으로 케이블 방송사업에 진출해 현재 전국 77개 사업권역 중 14개 권역에서 15개 종합유선방송국을 운영 중이다. 국내 최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로 손꼽힌다.

유선방송 업계관계자 등에 따르면 티브로드는 경기지역의 케이블 TV시장을 사실상 장악한 지난 2006년부터 최대 시장인 서울지역 진출을 노렸다. 하지만 한 사업자가 15개 이상 권역을 갖지 못하게 하는 방송법 시행령에 발목을 잡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후 2008년 한 사업자가 25개 권역까지 가질 수 있도록 방송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서울 북부지역에 기반을 둔 큐릭스를 인수하게 됐다.

현재 티브로드는 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의 승인절차를 마무리하고 다음달 내에 큐릭스와 합병 절차를 마무리지을 예정이다.



검찰은 태광그룹이 2008년 종합유선방송사업자 소유 규제 등을 제한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각종 로비를 펼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난해 3월 태광그룹 관계자가 청와대 행정관 2명과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에게 성(性) 접대를 했다는 의혹도 이같은 로비의 일환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과정서 정·관계에 두루 뻗친 태광그룹의 인맥에도 주목하고 있다.



태광그룹은 석유화학 및 섬유 전문회사인 태광산업과 케이블TV 1위회사인 티브로드를 중심으로 계열사 52개를 거느리고 있는 재계 40위의 기업집단이다. 작지 않은 덩치지만 대외적으로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다.

오너일가가 그룹 지분의 과반수 이상을 갖고 있는 태광그룹은 대외홍보에 별다른 비중을 두지 않아 베일에 싸인 기업집단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정·관계 로비는 유력그룹 못지 않다는 것이 재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태광그룹은 롯데그룹과 동국제강그룹 등 재계는 물론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을 공개 지지했던 이기택 한나라당 상임고문 등 정·관·재계 유력인사와 혼맥을 구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 회장의 부친이자 창업주인 고 이임룡 전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게 그룹 안팎의 일치된 의견이다.

검찰은 정·관계 로비에 사용된 자금이 이 전 회장이 조성한 자금에서 비롯됐다는 심증을 굳히고 이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비자금이 정·관계로 흘러들어간 게 사실로 확인될 경우, 현 정권은 물론 참여정부시절 정·관계 인사들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일에 싸여있던 태광그룹에서 터져나온 정·관계 로비의혹 수사가 어떤 식으로 확대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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