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는 왜 현대건설 딜에 뛰어들었을까

더벨 박준식 기자 2010.10.14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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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W 오너, 유럽서 기업사냥꾼 평판...반대 급부 우려

더벨|이 기사는 10월13일(14:18)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34,800원 0.00%) 인수를 위해 컨소시엄 파트너로 지목한 M+W그룹에 대한 정체성 논란이 일고 있다. M+W의 실체가 진정성이 있는 전략적 투자자(SI)인지 아니면 차익 기회를 노린 재무적 투자자(FI)에 불과한지 여부가 의문의 배경이다.



현대그룹은 M+W가 하이테크 엔지니어링 회사로 전략적 투자 목적에서 사업 시너지를 내기 위해 이번 딜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실제 M+W는 독일에 소재하며 △설비(Facility)와 △공정관리(Process) △클린룸(Product) 등 3개 사업영역을 가진 엔지니어링 기업이다.

문제는 M+W가 현대건설을 인수할 자금이 넉넉지 않다는 것이다. 이 회사의 현금성 자산은 2009년 기준 2억1200만 유로(3312억원)로 수조원대의 현대건설 인수자금이 필요한 현대그룹으로선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M+W는 지난해 12억6700만 유로(1조9800억원)의 매출과 8900만 유로(125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인수대상인 현대건설(매출 9조2700억원, 영업이익 4200억원)에 비해서도 규모가 현격히 작다.

현대그룹은 M+W 그 자체로는 자금여력이 많지 않지만 그를 소유한 오스트리아 스텀프(Stumpf)그룹의 잠재력이 크다는 것을 직간접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실제 스텀프그룹의 오너인 조지 스텀프(Georg Stumpf) 회장의 재산은 수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스텀프 회장의 의문스러운 이력 때문에 컨소시엄 구성의 취약성이 제기되고 있다. 스텀프 회장이 M+W를 사들이고 기업을 분할하는 과정 등에서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재판을 받는 등의 이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 기업인 M+W는 2005년 이전까지는 제노프틱(Jenoptik)그룹의 자회사였지만 이후 스위스 사모펀드(PEF)인 스프링워터캐피탈(Springwater Capital)에 매각돼 그룹에서 분리됐다.

이후 스프링워터는 M+W를 다시 오스트리아 빅토리(Victory)그룹에 팔았고 빅토리의 창업주 중 한 명인 스텀프가 회사를 분리하면서 M+W를 넘겨받았다. 독일 가족 기업이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투자사들에 의해 사고 팔린 셈이다.

M+W가 수차례 주인을 달리한 5년 여간 스텀프 회장은 스위스와 독일 당국으로부터 지속적인 감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금융당국인 바프(BaF)는 빅토리가 M+W를 인수할 당시 상장 자회사인 카투세(Caatoosee)에 대한 의무 공개매수를 실행하지 않은 것을 문제 삼았다. 또 스위스 재무부는 올 초 스텀프와 빅토리 공동 창업자인 로니 페식(Ronny Pecik) 등에 기업 인수 미공시 등을 지적했다.

독일판 파이낸셜 타임즈(FT)는 2007년 12월 기사에서 이같은 행태를 보이는 스텀프의 M+W를 부정적인 내용으로 묘사하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현대그룹이 M+W를 현대건설 인수 파트너로 유치한 선택이 올바른 것인가를 두고 관계자들 사이에서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금융권과 재무약정(MOU) 다툼을 벌이면서 돈줄이 막히자 급한 사정을 해결하기 위해 무리하게 손을 내민 게 아니냐는 우려다.

스텀프를 끌어들인 건 현대그룹의 자문사인 도이치증권으로 지목되고 있다. 스텀프의 빅토리가 M+W를 사들인 스프링워터의 소유주는 마틴 그루츠카(Martin Gruschka)로 도이치증권의 전 임원이다. 이들의 관계를 확정할 수는 없지만 네트워크가 있을 것이란 게 관계자들의 추측이다.

현대건설 인수전에 뛰어든 스텀프의 존재는 인수 후보로서 현대그룹의 입지를 약하게 할 소지가 있다. 이 인수전에서 현대그룹 컨소시엄이 우선협상자가 된다고 해도 스텀프가 요구할 반대급부가 상당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현대건설의 핵심자산을 스텀프가 바라게 될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다.

이번 인수전에 정통한 관계자는 "인수합병(M&A) 전문가인 스텀프가 일반적인 사업 시너지를 바라고 딜에 뛰어들지는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며 "이번 딜이 성공하기 위해선 본 입찰에서 컨소시엄 후보 사이의 계약 내용을 떳떳이 밝히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대건설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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