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 수사 "편법 증여에서 비자금 의혹까지"

머니투데이 류철호 기자 2010.10.14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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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그룹 임직원 소환 조사 및 압수물 분석 착수

태광그룹의 편법 증여 및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원곤)는 14일 이 회사 임직원 3∼4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또 전날 태광산업 (608,000원 ▲13,000 +2.18%) 본사와 고려상호저축은행 등 계열사 2곳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압수물 분석에 본격 착수했다. 검찰은 회사 관계자들을 상대로 그룹 주요 계열사 지분이 이호진(48) 태광그룹 회장의 외아들인 현준(16)군에게 넘어간 경위와 이 과정에 이 회장의 직접적인 개입이 이뤄졌는지 등을 조사 중이다.



현재 검찰은 태광그룹이 계열사 지분을 헐값에 발행한 뒤 계열사들의 자산을 활용해 자손들에게 지분을 이양하는 재벌가들의 전형적인 편법 증여 수법을 이용해 현준군에게 막대한 지분을 넘긴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태광그룹의 비상장 계열사인 한국도서보급, 티시스, 티알엠 등 3개사는 이 회장이 51%, 현준군이 49%의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현준군은 지난 2006년 4월 전산시스템 관리업체인 티시스의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 49%를 보유한 대주주가 됐으며 당시 시세의 10%에도 못 미치는 주당 1만8995원에 주식을 배정받았다.



현준군은 같은 해 2월에도 건물관리업체인 티알엠 유상증자에도 참여해 지분 49%를 확보했으며 또 다른 계열사인 동림관광개발과 티브로드홀딩스 지분도 각각 39%와 8%를 보유하고 있다.

티시스는 태광그룹의 모기업인 태광산업과 대한화섬의 지분을 매집해 각각 4.51%와 3.56%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하면 현준군은 이미 그룹 경영권을 확보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태광산업 소액주주 대표인 서울인베스트 측은 이 회장이 티브로드홀딩스와 티알엠, 흥국증권 등 계열사들의 신주를 저가로 발행해 아들에게 몰아줬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편법 증여 의혹 외에도 이 회장이 수십여개의 차명계좌와 차명주식 등을 이용해 수천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회장이 선친으로부터 유산을 상속받는 과정에서 태광산업의 자사주 형태로 지분을 매집하고 차명주식 가운데 일부를 현금으로 만들어 수천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사실관계를 밝히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아울러 검찰은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이 거액의 상속세와 증여세를 포탈한 것으로 보고 탈세 여부도 조사 중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정치권을 중심으로 태광그룹 계열사인 티브로드가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인 큐릭스를 이면계약을 통해 편법 인수하고 정·관계 인사들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를 벌인 바 있다.

당시 수사를 담당한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는 수사 과정에서 태광그룹이 티브로드를 중심으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했으나 별다른 증거를 찾지 못한 채 지난 4월 사건을 내사 종결했다.

검찰은 조만간 압수물 분석과 기초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이 회장 일가를 비롯해 그룹 주요 계열사의 핵심 임원진들을 줄 소환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태광그룹과 관련한)여러 가지 의혹들이 있어 수사가 광범위하게 진행될 것"이라며 "최대한 빨리 압수물 분석을 마치고 핵심 관련자 소환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태광그룹은 석유화학·섬유 전문 회사인 태광산업을 모태로 대한화섬, 흥국화재, 흥국생명, 티브로드 등 52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재계 40위 기업이다. 이 회장은 태광그룹 창업주인 고 이임룡 회장의 3남으로 지난 1996년 선친이 사망한 이후 경영권을 물려받아 그룹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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