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인천공항, '바르게 팔자'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2010.10.11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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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인천공항, '바르게 팔자'


장진 감독의 영화 '바르게 살자'는 융통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바른 생활' 교통순경 정도만(정재영 분)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블랙코미디다.

정 순경이 근무하고 있는 삼포시에 연이어 은행 강도 사건이 일어나자 새로 부임한 경찰서장은 모의훈련을 실시한다. 그러나 하필 은행강도 역할에 '융통성 0%'의 정 순경이 발탁되면서 상황은 꼬여간다.



정 순경은 훈련 본연의 목적을 잊고, 모범적인 강도 모습을 선보이는 데 집중하게 되고, 결국 경찰 기동대가 출동하면서 사태는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훈련으로 커지고 만다.

'왜 팔아야 하는지'에 대해 논란이 끊이지 않던 인천국제공항공사 지분의 연내 매각이 국회의 반대로 무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인천공항 지분매각을 위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인천국제공항공사법 및 공항법 개정안'을 처리할 계획이었으나 여야 의원들이 한 목소리로 반대하면서 연내 통과가 사실상 물 건너간 것이다.

정부는 당초 공기업 선진화 방안의 일환이라는 명목으로 인천공항을 민영화 대상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지난 2008년 '촛불 파동' 이후 국부유출 논란을 우려해 완전 민영화 대신 부분 매각으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100% 정부 지분 중 IPO(기업공개)와 지분매각 방식으로 49%의 지분을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국회는 "세계 공항 서비스 평가에서 다섯 차례 연속 1위를 차지하고, 6년 연속 흑자경영의 성과를 자랑하는 공기업을 어느 나라에 팔아 어떤 선진 경영기업을 배우게 할 수 있느냐"며 격렬히 반대하고 있다.


국민여론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이뤄진 설문조사에서 국민 대다수는 정부의 인천공항 민영화 추진에 대해 반대의 뜻을 나타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이 리얼미터에 따르면 인천공항 민영화 찬반여론을 실시한 결과 반대한다는 의견이 56.0%로 찬성(15.9%) 의견보다 40.1%p 많았다.

공기업 선진화 방안이 이미 시행된 이상 제대로 마무리돼야 한다. 하지만 선진화 대상에 대한 세심한 고려 없이 원칙만을 앞세워 기계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자칫 국가적으로 더 큰 손실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인천공항의 연내 매각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지만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대책은 아직 '진행 중'이다. 일괄적인 민영화 일정을 기계적으로 따라 가는 것보다 매각의 적절성 여부를 좀 더 따져보는 유연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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