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CEO 라응찬 회장, 침묵 깨 입 연 이유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10.10.11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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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응찬 신한금융그룹(신한지주 (55,500원 ▼1,400 -2.46%)) 회장은 은둔 형 CEO로 유명하다. 다른 금융지주 회장들이 대외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그룹 내 행사 외에 일부 공식행사를 제외하곤 활동을 자제해왔다.

라 회장은 기자들과 만나도 쉽게 입을 열지 않는다. 사석에서도 말을 극도로 아낀다. 너무할 정도로 신중한 모습을 보인다. 이런 라 회장의 모습에 의문이 생긴 기자는 언젠가 그의 최 측근에게 이유를 물은 적이 있었다.



라 회장 최 측근은 "회장님이 언론에 자주 보이고 기자들과 많이 만나면 밑에 있는 사장과 행장이 일을 어떻게 할 수 있겠냐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며 "그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 회장님은 신중할 수밖에 없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신한사태가 발생한 이후에도 라 회장은 침묵했다. 자신의 억울함을 적극 해명하는 신상훈 신한지주 사장과 달리 조심스러웠다. 지난달 14일 임시이사회가 열린 날이 대표적. 이번 사태에 대해 고객과 직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부탁하자 끝까지 입을 굳게 닫았다.



은둔형 CEO 라응찬 회장, 침묵 깨 입 연 이유


그렇게 침묵하던 라 회장이 11일 오전 짤막한 공식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그는 지난 2일부터 해외 출장 중이었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라 회장에 대한 조사를 바탕으로 차명계좌와 관련, 7일 밤 중징계를 통보했다. 통보가 내려지자마자 그는 8일 오후 서둘러 귀국, 소명 준비를 했다.

그리고 3일 만에 드디어 입을 열었다. 혐의는 부인했고, 거취는 고민 중이라는 짤막한 메시지를 남겼다. 라 회장이 그동안 침묵을 깨고 이처럼 입장을 표명한 것은 앞으로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적극적으로 소명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계속 입을 닫고 있다가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더구나 라 회장이 입을 연 11일은 금융위원회 국정감사다. 12일에는 금융감독원 국감을 앞두고 있다. 양 기관 수장들이 이번 사태와 관련 국회의원들에게 질타를 받을 게 뻔한데, 라 회장이 계속 입을 닫고 있을 수는 없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일각에선 라 회장이 공식석상에 서서 자신감을 나타낼 타이밍이 왔다는 분석이다. 금감원 중징계 통보가 이뤄졌고, 검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데다 감독기관 국감을 앞둔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혐의를 부인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란 얘기다.

신한 내부 상황에 정통한 금융계 고위 관계자는 "진동수 위원장이나 김종창 원장이 국감에서 곤란한 질문을 많이 받고 난처해질 수도 있는데, 라 회장의 공식 입장이 나와야 하지 않았겠냐"며 "이번 사태에 대해 나름 자신감이 있다는 모습이었고, 끝까지 적극 해명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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