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옇게 흐린 날씨처럼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신한사태'는 금융감독원의 라 회장에 대한 중징계 통보로 새로운 국면을 맞은 상태. 라 회장은 이날 출근길에 잠시 언론에 현재 심경 등을 밝힐 예정이었다.
라 회장 출근 시간이 임박할 때쯤 로비에서 만난 신한은행 한 고위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영업이랑 전혀 다른 문제다"며 "늘 그래왔지만 우리는 우리 할 일만 제대로 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지난 30년간 숱한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슬기롭게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전 9시15분. 라 회장이 타고 있는 검정색 세단이 들어왔다. 라응찬 신한금융그룹(신한지주 (55,500원 ▼1,400 -2.46%)) 회장이 내리자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라 회장은 카메라 앞에서 정중한 자세로 기자들의 질문에 하나하나 답했다. 간혹 씁쓸한 웃음을 보였지만, 시종 여유 있는 모습으로 질문에 차근차근 대답했다. 목소리는 작아 잘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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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회장은 거취를 결정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조직 안정과 발전을 위해 설득하면서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지금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실명제법 위반 등 혐의 인정에 대해 "그런 것에 대해 상세한 자료를 제출하고 있다"며 "감독원이 나중에 판단하지 않겠나"고 말해 사실상 부정했다.
그는 이밖에 차명계좌에 대해선 "예전에 했던 게, 부하 직원에 시킨 게 습관적으로 저도 모르는 사이에 계속 이어져왔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지만, 곧바로 신한지주 관계자가 "차명계좌 관리가 아니라 자금관리를 맡겼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자들이 마지막으로 직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부탁하자 라 회장은 별 말없이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서둘러 자리를 마쳤다. 라 회장은 약 5분 정도 진행된 기자회견이 끝난 후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16층 집무실로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