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숨진 채 발견…자연사 추정

머니투데이 김성현 기자 2010.10.10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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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 검안 실시 결과 타살 정황 없어(상보)

1997년 망명한 황장엽(87) 전 북한노동당 비서가 10일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 강남경찰서 안병정 서장은 황 전 비서가 이날 오전 9시30분쯤 서울 논현동 자택 침실 내 욕조 안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고 공식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안 서장은 "평소 아침에 앉아있던 2층 거실 원탁 테이블에 앉아 있지 않아 신변보호팀 직원이 방문을 2차례 두드렸으나 인기척이 없어 당직실 비상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가 방안 욕실을 확인해 보니 욕조에서 알몸 상태로 앉아 사망한 채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서울지방경찰청 현장감식팀과 검시관, 강남경찰서 감식팀, 서울중앙지검 검사,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학 과장, 서울대 법의학 교수 등이 합동 검안을 실시한 결과 외견상 외력에 의한 상처는 없는 것으로 잠정 결론냈다.

이에 따라 경찰은 현재까지 타살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국과수를 통해 이날 중 부검을 실시할 계획이다.



경찰은 또 외부 침입 흔적을 확인하기 위해 신변보호팀의 최초 발견자와 근무자 등을 상대로 수사 중이며 자택 주변 폐쇄회로TV(CCTV) 녹화 자료를 정밀 분석하고 있다.

황 씨는 북한 최고인민회의 의장과 당 국제담당 비서 등을 맡다 1997년 2월 북경 주재 한국총영사관을 통해 서울로 망명했다. 남측으로 망명한 북측 인사 가운데 최고위급이다.

1923년 함경북도에서 태어난 황 씨는 김일성 종합대학을 거쳐 1949년 모스크바종합대학에서 마르크스-레인주의 철학을 공부했고, 1954년 김일성종합대학 교수로 재직하다 김일성 사상을 주체사상으로 집대성 해 '주체사상의 대부'로 불린다.


1970년 당 중앙위원, 1980년 당 비서, 1984년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 1987년 사회과학자협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특히 그는 '김정일 백두산 출생설'을 퍼뜨리는 등 김정일 후계구도 정립 과정에도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망명 뒤에는 북한민주화위원회 위원장을 맡는 등 줄곧 북한 체제를 비판해 왔다. 2006년 12월에는 손도끼와 협박편지가 든 우편물이 배달돼 살해위협을 받기도 했다.

지난 4월에는 황 씨를 살해하라는 지령을 받고 북한에서 남파된 북한 인민무력부 정찰총국 소속 간첩 2명이 체포돼 구속되는 사건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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