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부처에 요청 자료가 5000건 '비효율 국감'

머니투데이 뉴시스 2010.10.09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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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부처 공무원들이 올해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국회 상임위의 쏟아지는 국정감사 자료를 만들기 위해 수일째 밤을 지새우고 있다.

각 부처는 수천건, 산하기관도 1000건이 넘게 각 상임위에서 요구한 자료를 제공하느라 이달은 '국감의 달'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과천에 있는 한 중앙부처의 경우 해당 상임위 위원들이 요청한 자료가 모두 5000여건에 이른다. 해당 부처 공무원들은 이를 준비하느라 지난 한달 동안 다른 일을 거의 하지 못했다.



또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 있는 한 부처는 국회에서 요청한 자료목록을 아예 200여장 분량의 소책자로 만들었다. 요청 자료가 너무 많아 셀 수 없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공사나 산하기관의 경우 보통 1000건 내외의 자료제공 요청이 들어온다. 118조원이란 천문학적인 부채로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는 LH의 경우 1500건 정도의 자료요청이 들어왔다. 역시 수자원공사도 국정감사 쟁점으로 꼽히는 4대강 사업 때문에 1500건이 넘는 자료 요청을 받았다.



정부 부처 입장에서 가장 난감한 경우는 의원실에서 자료요청이 '관련 자료 일체'라는 내용으로 왔을 때다. 보통 해당 국회의원이나 보좌관이 관련 현안을 정확히 모를 때 이런 식의 자료 요청이 온다고 한다. 정확히 파악이 어려우니 있는 대로 대충 달라는 식이다.

예를 들어 정부부처가 연구용역을 발주한 내용 일체를 국회의원이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 부처가 연구한 모든 자료를 넘겨달라는 이야기다. 이럴 경우 자료의 양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난다.

연구용역 자료는 정부정책의 방향을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국회의원실에서 '공부'를 할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기 때문에 국감때마다 빠지지 않는 단골자료라고 한다.


난감한 경우는 또 있다. 금요일 퇴근시간 무렵 갑자기 자료요청 공문이 오거나 전화가 걸려오는 경우다. 그럴 경우 해당 공무원은 주말을 모두 반납하고 의원실에 제공할 자료를 만들어야한다.

워낙 방대한 자료가 오가다 보니 재미있는 일도 일어난다. 이번 국감에서 모 부처의 경우 차량 운행일지를 제공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와서 목록을 뽑으니 1t 화물차 분량이었던 것. 이 부처는 A4 종이를 담는 박스에 일일히 자료를 담아 의원실까지 '배달'해줬다.

이렇게 자료를 제공해도 정작 국감에서는 질타를 받는 경우가 태반이다. 자료제출과 증인출석에 소홀하다는 이유로 호통을 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과천의 한 부처 고위공무원은 "자료 요청이 오면 해당 자료를 마련해 제공한다"면서도 "그러나 도저히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경우도 있어서 난감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도 옛날보다는 많이 나아져서 막무가내로 호통을 치기보다는 피감기관이 사정을 설명하면 들어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모 부처 고위 공무원은 "이젠 국감도 구태에서 벗어나 보다 과학적· 효율적인 국정감사가 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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