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 사돈기업 롯데에 또 선전포고 왜?

머니위크 김진욱 기자 2010.10.15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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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태광산업, 우리홈쇼핑 인수 관련 방통위에 2차 소송 제기

“사돈과의 싸움, 누가 좋아하겠습니까?”

태광그룹이 ‘유통공룡’ 롯데그룹을 향해 또 다시 칼날을 빼들었다. 지난 2007년에 이어 최근 우리홈쇼핑(현 롯데홈쇼핑)을 인수한 롯데에 대해 다시 한번 소송을 제기한 것.

태광산업 (608,000원 ▲13,000 +2.18%)은 지난 9월16일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방통위가 2006년 12월 롯데쇼핑을 우리홈쇼핑의 최다액 출자자로 변경한 처분은 무효"라며 2차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상대는 방통위지만 사실상 롯데를 겨냥한 모양새다.



앞서 태광산업은 지난 2007년 2월에도 롯데의 우리홈쇼핑 인수 절차에 문제가 있다며 한 차례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은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동생인 신선호 일본 산사쓰식품 회장의 사위로, 두 기업은 사돈관계다.




태광-롯데, 4년 전 무슨 일 있었길래

방통위를 향한 태광의 두번에 걸친 소송은 4년 전인 2006년, 롯데쇼핑 (64,000원 ▲2,100 +3.39%)이 우리홈쇼핑을 인수하는 과정에 있었던 위법적인 요소를 문제 삼은 것이다.

2006년 7월 태광산업은 우리홈쇼핑 주식 45.04%를 취득한 후 '최다액 출자자 승인요청'을 방통위에 제출하면서 우리홈쇼핑 인수를 추진했다.


그런데 유통시장 다각화 전략을 꾀하던 롯데가 우리홈쇼핑 인수에 뛰어들어 한 달 뒤인 그해 8월 경방의 우리홈쇼핑 지분을 4667억원에 인수하면서 상황은 역전됐다.

롯데쇼핑이 방통위의 승인을 전제로 경방이 보유하던 49.78%의 우리홈쇼핑 지분을 인수, 보유 중이던 3.25%까지 더해 총 53.03% 지분으로 우리홈쇼핑의 최대주주가 되면서 태광산업에 ‘쓴 잔‘을 안긴 것이다.



결국 2006년 12월 방통위가 롯데쇼핑의 우리홈쇼핑 경영권 인수를 조건부 승인하면서 우리홈쇼핑은 롯데의 계열사로 편입됐다.

코앞에서 ‘새치기’를 당한 꼴이 된 태광산업은 즉각 다음해 2월 방통위를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롯데쇼핑의 우리홈쇼핑 인수를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롯데쇼핑에 우리홈쇼핑 인수를 승인해 준 것은 당초 홈쇼핑 방송 취지(대형 유통업체 진입 금지)에 어긋나며 인수와 관련한 법률상 요건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을 근거를 내세웠다.



당시 태광은 "롯데쇼핑은 이미 2001년 우리홈쇼핑 사업자 승인을 신청했다가 대기업의 시장 집중과 교란 등을 이유로 승인이 거부된 회사"라며 “롯데쇼핑의 지분 인수 과정 자체가 적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행정법원과 서울고법은 "방통위가 롯데쇼핑의 우리홈쇼핑 인수를 승인하면서 시청자의 권익보호 등에 대해 최소한의 심의는 한 것으로 보인다"며 "위법하지 않다"고 판결해 두 번이나 방통위의 손을 들어줬다.

태광 “자산 3조원 이상 롯데의 홈쇼핑 인수는 불법”



태광은 2007년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1, 2심 모두 패소 판결을 받아 현재 대법원에 상고를 신청해 놓은 상태다. 그리고 지난 9월, 2007년 소 제기 때보다 더 구체적인 내용을 갖고 또 한번 롯데의 위법내용을 거론하며 소송을 걸었다.

그렇다면 태광은 구체적으로 롯데의 어떤 부분을 부당하다고 지적하고 있는 것일까?

우선 롯데의 기업규모를 들 수 있다. 태광 측은 2006년 12월 방통위가 롯데쇼핑을 우리홈쇼핑의 최다액출자자로 변경 처분할 당시 롯데는 자산총액 3조 원 이상의 대기업으로 지상파방송 사업자의 주식을 소유할 수 없다는 방송법을 위반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당시 방송법(제8조 3항)상 자산총액 3조원 이상인 대기업(롯데쇼핑)은 지상파방송 사업자(우리홈쇼핑)의 주식을 소유할 수 없도록 돼 있었던 만큼 롯데에 대한 우리홈쇼핑 인수 허가는 잘못됐다는 주장이다.

2008년 12월 방송법 시행령이 개정돼 10조원 이상으로 그 범위가 확대됐지만 당시 기준이 3조원이었기 때문에 롯데쇼핑이 속한 롯데그룹은 방송법 시행령 개정 전후를 불문하고 대기업집단에 해당한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와 함께 태광은 최근 제출한 소장에서 우리홈쇼핑이 보유했던 유원미디어 주식 부분을 새롭게 거론하며 롯데를 압박하고 있다.



우리홈쇼핑이 롯데쇼핑에 인수되기 직전 지상파DMB 사업자인 유원미디어의 주식 33만4000주(4.6%)를 보유한 사실을 방통위가 제대로 심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태광 관계자는 “롯데쇼핑은 우리홈쇼핑 인수후인 2008년 10월 유원미디어 주식 전량을 한국산업대에 기부했으나 인수 당시 방송법을 어긴 것은 분명하다”면서 “우리홈쇼핑의 유원미디어 주식 소유가 위법하게 된 것은 롯데쇼핑이 우리홈쇼핑의 최다액출자자로 변경승인을 받음으로써 우리홈쇼핑이 자산총액 3조원 이상인 롯데그룹 계열사로 편입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왜 하필 지금 2차 소송인가



2006년도에 발생했던 사안을 태광이 왜 지금 시점에서 다시 소송을 제기했을까 하는 점에 대해서도 재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 태광 측은 2007년 2월 서울행정법원에 롯데쇼핑의 우리홈쇼핑 인수를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원 소송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기가 바로 지금이라는 점을 내세운다.

태광 관계자는 “1심 행정법원과 2심 서울고법이 처분취소청구를 모두 기각했으나 청구기각 이유를 구성하는 법리에 있어서는 서로 배치되는 취지로 판시했다”면서 “대법원 확정판결 이전에 소송을 제기해도 무방하겠다는 내부 검토를 거쳐 지난 9월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태광의 이번 소 제기가 원 소송에 영향을 미쳐 법원이 태광의 손을 들어줄 경우 롯데쇼핑은 우리홈쇼핑의 최대주주로서 의결권을 행사하는데 제동이 걸리게 된다. 또 태광은 2006년 7월 당시의 최다액 출자자 지위를 회복하게 돼 우리홈쇼핑의 경영권을 가져올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

한편 태광의 이 같은 법적 공세에 대해 실질적인 피고 측인 롯데는 별다른 대응책 없이 법원의 판결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롯데 관계자는 “태광이 방통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지 우리(롯데쇼핑)를 상대로 아닌 것인 아닌 만큼 일단 법정 판결을 지켜볼 뿐”이라고 말했다.



<태광-롯데, 우리홈쇼핑 인수 관련 일지>

-2006년 7월: 태광, 우리홈쇼핑 주식 45.04% 보유로 최대주주 부상. 방통위에 최다액 출자자를 경방에서 태광산업으로 변경해 달라고 신청

-2006년 8월: 롯데쇼핑, 경방의 우리홈쇼핑 지분 49.78% 인수해 최대주주 등극. 역시 방통위에 최다액출자자 변경 신청



-2006년 12월: 방통위, 롯데의 우리홈쇼핑 경영권 인수 조건부 승인. 롯데, 우리홈쇼핑 사명 ‘롯데홈쇼핑’으로 변경

-2007년 2월: 태광, 서울행정법원에 롯데쇼핑의 우리홈쇼핑 인수 취소 소송 제기
(1, 2심에서 패소)

-2010년 9월: 태광, 방통위 상대로 롯데쇼핑의 최대주주 지위 인정 무효 소송 재차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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