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은행계는? 공정사회 차도살인 관치금융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2010.10.0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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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벌써 35일, 장기화되는 신한사태에 대한 세 시선

# '공정 사회'. 반환점을 돈 MB정부의 국정 운영기조이자 이 시대의 '매직워드'다. 이 마법의 단어 앞에 시장원리를 논하는 건 구차하다. 그런데 신한지주 (55,500원 ▼1,400 -2.46%)가 공정 사회 구현에 '일조'하고 있다고 한다. 어느 은행장이 던진 우스개다.

"이제야 공정 경쟁이 가능해졌다. 언감생심 신한과 경쟁할 꿈이나 꿨겠나. (골프) 핸디를 맞춰주려는 건지 KB와 신한이 돌아가며 OB를 내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하지만 어쩌랴. 웃기려고 익살을 부린 말로만 들리지 않으니. 키코(KIKO)로 곤욕을 치룬 하나은행 전례가 있다. 경쟁 은행들은 하나의 약점을 파고들었다. 오죽했으면 감독당국이 '유언비어'에 대해 경고까지 하고 나섰을까.

경쟁자들이 공단에 몰려 있는 신한 고객들을 공략하고 있다고 한다. 치사해도 할 수 없다. 총성 없는 전쟁터 아니었던가. 적의 위기는 나에게 곧 기회일 뿐이다.



# '차도살인(借刀殺人)'. 남의 칼을 빌려 사람을 죽인다는 손자병법 36계 중 3번째 계책이다. 춘추전국시대도 아니고 지금 신한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어느 금융당국자의 말이다.

"11월 검사 때 우린 그냥 앉아 있어도 될 것 같다. 각종 자료와 제보가 들어올 테니까. 힘 안 들여도 되니 고마울 따름이다."

하지만 어쩌랴. 그간의 경험칙이 이 말을 증명하고 있으니. 행장들이 불명예 퇴진한 국민은행 전례가 있다. 경쟁자를 치기 위한 제보와 자료가 쏟아졌다. 업무를 볼 수 없을 정도라 나중에는 전화 받기조차 꺼렸다고 한다.


신상훈 사장에 이어 이백순 행장이 5억 원 수수 논란에 휩싸였다. 노조가 폭로했다. "신한 사태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당국자들이 머쓱해지기를 바랄 뿐이다.

# '관치금융'. 금융시장 발전의 걸림돌이다. 이번 사태 진화에 나선 신한지주 상층부들은 '관'자 조차 떠올리기 싫어한다. 어느 임원이 진지하게 던진 말이다.



"주가도 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고, 실적도 좋다. 이번 사태로 은행이 받는 영향은 거의 없다. 관치만은 막아 달라"

하지만 어쩌랴. 이는 기저효과에 불과할 수 있으니. 사태가 장기화되면 신한의 앞날을 장담할 수 없다. 국민은행의 전례가 있다. 관치가 비집고 들어올 틈을 줘선 안 된다. 관치 개입과 공정사회는 거리가 멀다. 신한 사태는 신한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자정 능력이 있다는 걸 보여주길 바랄 뿐이다.

신한지주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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