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1900]사라졌던 '1900의 부활'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2010.10.06 15:50
글자크기

견조한 기업실적이 부른 막대한 해외 유동성이 동력

2008년 5월19일이 마지막이었다. 그 이후 '코스피지수 1900'이라는 숫자는 우리 증시에서 더 이상 볼 수 없었다(장중기준). 그리고 2년 5개월이 지난 2010년 10월6일 이 숫자가 우리 증시에 다시 등장했다.

이처럼 긴 시간이 걸린 가장 큰 이유는 물론 금융위기이다.
2008년 하반기 불어 닥친 세계 금융위기는 코스피지수를 끌어 내리기 시작해 1900선을 내준지 불과 5개월 만에 반토막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해 10월27일 2005년 7월 이후 우리 증시에서 사라졌던 3자리수 코스피지수가 재등장했다.



[코스피1900]사라졌던 '1900의 부활'


전세계적으로 불어닥친 재앙은 각국 정부의 일치단결(?)된 유동성 공급으로 진정 국면으로 진행해 갔다. 하지만 회복의 기대는 재앙의 불씨가 다시 타오를지 모른다는 우려와 항상 함께였고 코스피의 1900 회복 과정은 불안한 길이었다.

3자리수로 떨어졌다 ‘이건 너무 과하다’며 1200선까지 회복했던 코스피지수는 2009년 3월초 미국 은행들의 건전성 문제, ‘로켓환율’이라고 부를 정도로 치솟은 원달러 환율 등으로 인해 장중 1000선이 무너지며 다시 한번 골짜기를 만들었다.



하지만 뒷걸음질은 그때가 마지막이었다. 헬리콥터로 무차별적으로 뿌려진 유동성과 전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회복되기 시작한 우리 기업들의 실적은 불과 두 달여만에 코스피지수를 400포인트 끌어 올렸다.

특히 IMF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체질을 개선한 우리 대표 수출기업들은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면서 시장을 빠르게 확대해 나갔고 이 과정에서 IT와 자동차라는 ‘투 톱’이 등장했다.

삼성전자로 대표되는 IT주들과 현대차와 기아차를 앞세운 자동차주들은 경쟁사들이 부족한 실탄으로 고전하는 동안 시장점유율을 끌어 올렸고 이를 실적으로 증명하면서 증시를 이끌었다. 실제로 2009년 4월부터 3개월여간 진행된 1400선 안팎의 지지부진한 횡보장세를 끝내고 코스피지수를 1700선까지 끌어 올린 신호탄은 7월6일 발표된 삼성전자의 깜짝 실적이었다.


하지만 그 해 9월 1723.17을 마지막으로 코스피는 다시 긴 수면에 들어갔다. 엄청난 손실에 환매할 엄두도 못냈던 펀드가 원금을 회복하면서 투자자들은 주가가 오르면 펀드를 해지하기 시작했고 아직 끝나지 않은 금융위기로 인해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는 주춤했다.

유럽의 재정 위기가 터졌고 전 세계 경제의 회복 속도는 떨어지면서 더블딥 우려가 증시를 억눌렀다. 그리고 선진국의 수요 둔화는 그동안 증시 상승을 이끌어 왔던 IT 기업들의 실적 전망에 그림자를 만들어 증시 상승 엔진 중 하나(IT)를 멈춰 세웠다.



하지만 넘치는 유동성을 주체하지 못하는 외국인들은 상대적으로 견조한 경기, 사상 최대의 실적을 내고 있는 아시아, 그 중에서도 한국에 몰려들었다. 외국인은 9월에만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4조5000억원을 순매수했고 이달 들어서는 불과 4영업일만에 1조4000억원 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2007년 코스피가 2000을 넘어설 때는 개인들의 막대한 유동성의 힘이었다면 2010년 코스피 1900은 해외에서 밀려드는 유동성이 힘을 발휘하고 있다.

김학균 대우증권 (8,610원 ▼260 -2.93%) 투자전략팀장은 금융위기 이후 코스피지수 1900선을 회복하는 과정을 ‘유동성 풍년’과 ‘아시아 프리미엄’이라고 평가했다.



김 팀장은 “저금리로 유동성은 풍부한데 선진국에서는 투자할 곳이 없는 자금이 상대적으로 펀더멘탈이 견조한 아시아 증시로 몰려 들고 있다”며 “크게는 이 두 가지 요인이 코스피지수 1900 회복을 이끈 동력이었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 차트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