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IB도 '공동주관'으로 꼼수 경쟁

더벨 한희연 기자 2010.10.0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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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LeagueTable/DCM]KB·한국·산은·우투 등 대형IB 공동주관 경력 다수…'공동대표주관'으로 실적경쟁 이동중

더벨|이 기사는 10월01일(07:21)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단순히 채권 인수에만 참여하고도 공동 주관사로 이름을 올려 실적 경쟁을 하는 관행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수천억원 짜리 딜을 홀로 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한 대형 투자은행조차 예외가 아니다.



이미 여러 해 동안 지적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3분기 회사채 발행시장에서도 24곳의 IB들이 공동주관사라는 타이틀을 달고 리그테이블에 올라왔다.

실적 쌓기 경쟁은 '공동대표주관' 실적으로 옮겨붙어 더욱 과열되고 있다. 이같은 관행이 만연하더라도 시장 참가자들의 암묵적 동의에 가려져개선노력은 찾아보기 힘들다.



◇ 3분기딜 18%, 공동주관 등장…KB證 12건, 한국證 10건 등 대형 IB 다수

1일 더벨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3분기 322건의 회사채 발행건수(ABS 제외) 중 18%에 해당하는 58건에서 공동주관사를 찾을 수 있다. 이중 대부분 공동주관사가 1곳이나 2곳이었지만, 회사채 한건 발행에 6곳이 공동주관사로 참여하는 사례도 있었다.

IB별로 분류해보면 공동주관사에 한번이라도 이름을 올린 IB는 총 24곳. KB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한국산업은행 우리투자증권 대우증권 동양종합금융증권 하나대투증권 신한금융투자 한화증권 한국스탠다드차타드증권 동부증권 하이투자증권 삼성증권 대신증권 등이다.


공동주관사들은 대형 IB부터 중소형 IB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딜 건수로 보면 대형 IB들이 공동주관 실적에 이름을 올린 건수도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5건 이상 공동주관사로 참여한 IB는 총 7곳. 대다수가 몇천억원의 딜도 혼자 처리할 능력이 충분한 대형 IB들이었다. KB투자증권의 경우 총 12건, 한국투자증권은 10건, 한국산업은행과 우리투자증권은 각각 8건, 대우증권은 7건, 동양종합금융증권과 하나대투증권은 각각 5건의 딜에 공동주관사로 참여했다.

◇ 한진重 1건에 주관사만 7곳…대표·공동주관 간 업무차이는 없어

각각의 발행 건으로 분류할 경우 지난 9월15일 발행된 '한진중공업126' 채권에는 주관사만 7곳이 등록돼 있다. 2500억원짜리 딜 한건에 1개의 대표주관사와 6곳의 공동주관사가 올라온 것. 인수기관은 모두 10곳으로 이중 7곳이 주관사로 실적을 올린 셈이다.

한진중공업은 공동주관사를 많이 내세우기로 유명하다. 지난 2월12일에 발행된 '한진중공업123' 채권의 경우에도 2곳의 대표주관사와 5곳의 공동주관사를 내세웠다.

3분기에 발행된 126차 채권의 경우 한진중공업 딜 경험이 많은 메리츠증권(200억원 인수)이 대표주관을 맡았다. 가장 많은 금액을 인수한 한국산업은행(800억원)은 공동주관을 맡았다.

200억원씩 인수한 우리투자증권, KB투자증권, 대우증권, NH투자증권, 대신증권 등 나머지 IB들도 공동주관사로 올랐다. 발행기업이 IB와의 원활한 관계를 위해 이름을 올려준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 8월4일 5000억원으로 발행된 '포스코294'와 9월30일에 발행된 'LS전선 5-1' 700억원의 경우 공동주관사는 각각 4곳이다. 포스코 채권의 경우 KB투자증권 한국산업은행 대우증권 삼성증권이 공동주관사로 참여했다. LS전선의 경우 하이투자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이 공동주관했다.

발행기업이 주관사와 인수사를 모두 선정하는 한국 회사채 시장에서 발행기관과 IB간의 '관계'를 위해, 주관사의 실적상향을 위해 공동주관은 공공연히 행해지고 있다.

대표주관사와 공동주관사의 업무는 익히 잘 알려진 대로 별 차이가 없다. 수수료도 마찬가지다. 주관실적을 올리기 위한 이름 끼워넣기는 IB 입장에서는 책임도 비용도 크지 않기 때문에 더 성행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A 증권사 DCM 업무 담당자는 "수수료와 하는 일에는 사실 큰 차이가 없다"며 "주관 실적을 올리고 싶어하는 곳들이 발행기업에 요구를 하게 되면, 이를 용인하는 기업들 중 일부가 이름을 올려주는 식"이라고 말했다.

B 증권사 DCM 업무 담당자는 "실적을 평가할 때 주관 건수 등이 반영이 되어 들어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많은 기관들이 공동주관으로라도 이름을 올리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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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반기에 이어 '공동대표주관'도 성행

'공동대표주관'은 공동주관을 넘어 이제 막 등장하기 시작한 관행. 지난 상반기중 공동대표주관사가 포함된 딜은 총 18건이었다. 모두 14개 증권사가 공동대표주관사로 이름을 올렸다.

3분기중에는 7건의 딜에서 공동대표주관이 발견됐다. 각 기관마다 횟수는 다르지만 한번이라도 공동대표주관에 이름을 올린 IB는 7군데였다.대우증권(4건) 한국산업은행(3건) 우리투자증권(2건) 현대증권(2건) 하나대투증권(1건) 한국투자증권(1건) KB투자증권(1건)이다.

공동대표주관이 생겨나게 된 배경 또한 공동주관사 관행과 다르지 않다. 다름아닌 '실적 부풀리기' 때문. 주관실적과 인수실적 쌓기에 열을 올리던 IB들의 경쟁이 '대표주관' 실적에 옮겨 붙었다는 평가다.

보통 대표주관사의 업무라고 여겨지는 신용분석이나 자산·부채 실사, 투자설명회 개최, 마켓메이킹 등은 국내 회사채 시장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대표주관이나 공동주관이나 업무에 큰 차이가 없다보니 실적을 쌓기에 이만큼 간단한 방법도 없다.

공동주관사나 공동대표주관사 문제가 지적될 때마다 늘 제시되는 해결책이 있다. 회사채 발행절차 정상화가 그것. 실질적으로 주관업무를 했는지 검증하는 방법도 제시되는 방법중 하나다. 하지만 그간 원론적으로만 얘기돼 왔을 뿐 실질적인 개선 노력은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던 부분이다.

실적 부풀리기가 심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할 때마다 IB 담당자들은 "IB와 발행기업 모두 그냥 묵인하는 관행"이라는 말만 되풀이한다. 모두가 묵인하는 시장에서는 리그테이블 상 '공동주관'은 날이 갈수록 늘어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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