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인수전, 사우디 기업도 가세했다

머니투데이 중앙일보 제공 2010.10.01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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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인수전, 사우디 기업도 가세했다


현대건설 인수전에 사우디아라비아 대기업이 참여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이미 인수전 참여 의사를 밝힌 현대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에 이어 현대건설을 놓고 3파전을 벌일 전망이다. 현대건설 인수전도 더 복잡한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사우디 A사의 에이전트를 맡고 있는 한 관계자는 30일 “현대건설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할 예정”이라며 “A사가 직접 참여하지 않고, 싱가포르나 홍콩에 세운 투자회사가 참여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 왕족이 대주주인 A사는 건설사 외에 부동산·금융 등을 보유한 사우디 최대 그룹 가운데 하나다. A사는 이미 올 7월 국내 대형 로펌 및 투자자문사와 계약을 하고 현대건설 인수를 준비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6월 현대그룹이 A사에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재무적 투자를 요청했으나, A사는 단독 입찰하기로 결정했다. A사 에이전트 관계자는 “여러 가지 여건을 검토한 후 독자적으로 인수의향서를 제출하기로 했다”며 “현대그룹은 사우디의 다른 대기업에 재무적 투자를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동지역 대기업들이 현대건설에 관심이 많아 A사 외에 다른 곳도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상황에 따라 4파전, 5파전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A사는 현대건설이 보유한 세계 최고 수준의 원자력발전소 건설 기술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사는 현대건설을 원전 건설 분야의 세계적인 엔지니어링 회사로 키워 향후 석유 고갈에 대비한다는 복안이다. 아랍에미리트 등 석유에 의존해온 중동 국가들은 금융위기 직전부터 신성장동력으로 원전을 준비해 왔다.



◆3파전 영향=현대건설 예상 인수가격은 매각지분 시가총액(2조8187억원)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3조5000억~4조원대로 추정돼 왔다. 하지만 사우디 A사의 참여로 인수가격의 상승이 예상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우리가 생각하는 적정가격을 넘겨서까지 무리하게 인수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을 종합엔지니어링 및 해외건설 회사로 육성할 방침이다. 이번 인수 프로젝트 실무는 현대엠코 조위건 사장이 맡고 있다. 조 사장은 현대차 재무통 출신으로 엠코를 설립한 주역이다.

현대그룹의 셈법도 복잡해질 전망이다. 그룹 지주회사 격인 현대상선의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현대상선 지분(8.3%)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건설 인수에 사운을 걸고 있다. 사우디 회사가 현대건설을 인수할 경우 현대상선 경영권에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대그룹은 예정대로 마감 시한인 1일까지 인수의향서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외환은행 등 채권단은 채권단이 보유한 현대건설 3887만9000주(34.88%) 매각 절차에 들어갔다. 채권단은 11월 12일 본입찰을 실시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뒤 12월 말까지 본계약 체결을 추진할 예정이다.

김태진·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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