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A사의 에이전트를 맡고 있는 한 관계자는 30일 “현대건설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할 예정”이라며 “A사가 직접 참여하지 않고, 싱가포르나 홍콩에 세운 투자회사가 참여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 왕족이 대주주인 A사는 건설사 외에 부동산·금융 등을 보유한 사우디 최대 그룹 가운데 하나다. A사는 이미 올 7월 국내 대형 로펌 및 투자자문사와 계약을 하고 현대건설 인수를 준비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A사는 현대건설이 보유한 세계 최고 수준의 원자력발전소 건설 기술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사는 현대건설을 원전 건설 분야의 세계적인 엔지니어링 회사로 키워 향후 석유 고갈에 대비한다는 복안이다. 아랍에미리트 등 석유에 의존해온 중동 국가들은 금융위기 직전부터 신성장동력으로 원전을 준비해 왔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우리가 생각하는 적정가격을 넘겨서까지 무리하게 인수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을 종합엔지니어링 및 해외건설 회사로 육성할 방침이다. 이번 인수 프로젝트 실무는 현대엠코 조위건 사장이 맡고 있다. 조 사장은 현대차 재무통 출신으로 엠코를 설립한 주역이다.
현대그룹의 셈법도 복잡해질 전망이다. 그룹 지주회사 격인 현대상선의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현대상선 지분(8.3%)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건설 인수에 사운을 걸고 있다. 사우디 회사가 현대건설을 인수할 경우 현대상선 경영권에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대그룹은 예정대로 마감 시한인 1일까지 인수의향서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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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외환은행 등 채권단은 채권단이 보유한 현대건설 3887만9000주(34.88%) 매각 절차에 들어갔다. 채권단은 11월 12일 본입찰을 실시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뒤 12월 말까지 본계약 체결을 추진할 예정이다.
김태진·강병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