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값된 김치…"김치찌개 메뉴판서 사라질라"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사진=이명근 기자 2010.09.30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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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 등 가격급등에 고기집도 고심 "채소 추가대신 차라리 고기 덤"

"김치찌개는 안 팔아요. 불고기전골 드세요"

배추 한 포기 가격이 1만4000원으로 치솟으면서 그야말로 '김치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학교 등 단체급식장에서 김치가 사라졌고, 식당에서도 배추김치를 추가로 주문할 경우 일정금액을 내게 하는 곳이 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식당에서는 아예 김치가 들어간 메뉴의 판매를 중단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직장인 황모씨(31)는 30일 점심시간 영등포의 한 식당에서 김치찌개를 주문했다 식당 주인으로부터 다른 메뉴를 고르라는 말을 들었다. 김치 값이 너무 올라 당분간 김치가 들어간 메뉴는 팔지 않겠다는 것이다.



황씨는 "김치가 비싸서 추가로 달라고 할 때 눈치가 보이기는 했지만 아예 주문도 못 하게 할 줄은 몰랐다"며 "다른 식당도 김치찌개를 팔지 않는 곳이 늘고 있다더라"고 말했다.



고기집도 사정은 비슷하다. 배추 뿐 아니라 전반적인 채소값이 급등하면서 '상추에 고기를 싸 먹는 것이 아니라 고기에 상추를 싸 먹어야 할 지경'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직장인 이모(40)씨는 "동료들과 회식을 하러 고기집을 갔는데 상추 석 장, 깻잎 두 장이 나오더라"며 "워낙 비싸졌다는 건 알지만 한 두점 싸먹고 야채가 없으니 허탈하기까지 하더라"고 말했다.

식당 주인들도 답답하긴 매한가지다. 경기도 일산에서 쌈밥집을 운영하는 김모씨(49)는 "김치뿐 아니라 전반적인 채소값이 너무 많이 올라서 식재료 구입비를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라며 "채소를 더 달라고 하는 손님들에게 차라리 고기를 더 주겠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중림동의 한 식당 주인도 "배추김치는 엄두도 못 내고 열무김치로 대신하는데 한 접시에서 조금 더 주는 것은 문제가 되질 않지만 3~4 접시씩 추가로 시키는 손님들 때문에 곤란하다"며 "하는 수 없이 김치를 추가로 주문할 경우 2000원을 내야 한다는 안내판을 걸었다"고 말했다.

때 아닌 김치 대란에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전날 중간 유통상인의 배추 매점매석 행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한편 절인 배추 수입량과 조기 출하량을 늘리는 등의 배추값 폭등 방지 대책을 수립하고, 추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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