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회 독주, 은행 협의없이 영업익 10% 서민대출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10.09.30 13:54
글자크기

은행권 냉가슴 "경영자율·건전성침해"...11월 새 서민대출 상품 출시

한나라당과 전국은행연합회가 은행 영업이익의 10%를 서민대출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은행들이 서민금융 확대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서민대출 목표액을 의무 설정할 경우 은행 경영의 자율성과 자산 건전성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맞선다. 은행권 일각에선 집권 후반기 '공정한 사회' '서민정책' 등을 키워드로 삼은 정부여당이 '관치' 논란을 자초하는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은행 영업익 10% 서민대출" 추진= 은행들이 이익의 일정 부분을 서민들에게 대출해줘야 한다는 주장은 지난 7월 한나라당 서민정책특위(위원장 홍준표 최고위원)에서 처음 나왔다. 특위는 은행의 공적 기능을 근거로 영업이익의 10% 이상을 서민계층에 의무적으로 대출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만들겠다며 은행권을 압박했다. 의무 비율 위반시 미달금액의 50% 이하를 과징금으로 부과하겠다고도 했다.



금융위원회도 지난 7월 말 시중은행들에 제2금융권의 '햇살론'과 같은 서민대출 상품을 개발해 서민금융 확대에 나서달라고 요구했다. 은행들은 이에 따라 은행연합회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새 서민대출 상품 개발 작업을 진행해 왔다.

논란은 전날 불거졌다. 신동규 은행연합회장이 국회에서 홍준표 특위 위원장을 만나 "새 서민금융 상품을 도입해 은행별로 전년 영업이익의 10% 수준에서 매년 대출 목표액을 설정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연합회 측은 "서민대출 의무비율 할당 법제화 대신 이익의 10% 수준에서 서민대출을 자율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라며 "내달 4일 연합회 이사회에서 각 은행장들의 의견을 취합하겠다"고 밝혔다.



◇시중銀 "사전논의 안돼, 자율성 침해"= 은행들은 '냉가슴'을 앓고 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서민금융을 확대해야 한다는 데엔 공감하지만 대출 의무비율을 '강제'하는 건 시장 원리에 반하는 것"이라며 "금융 자율성을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와선 안 된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도 "의무적으로 이익의 10%를 떼 내 대출을 하게 되면 은행 경영 자율성과 영업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목표액을 억지로 맞추기 위해 부실 대출이 나가는 사례도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은행들 사이에선 은행연합회가 '월권'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특위의 서민대출 의무비율 설정을 사실상 수용하면서 연합회가 은행들의 사전 동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권 전체에 파급력이 상당한 사안에 대해 사전 협의 없이 사후 동의를 구하겠다고 하는데 너무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은행 '희망홀씨' 확대개편, 11월 상품출시= 연합회는 일단 예정대로 11월께 새 서민금융 대출의 구체적 내용을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내달 4일 열리는 연합회 이사회에서 은행장들과 서민대출 목표액 설정 여부 등에 대해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은행권의 새 서민대출은 기존 상품인 '희망홀씨' 대출을 확대 개편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대출 대상을 연소득 2000만원 이하에서 3000만원 이하로 넓히고 신용등급 제한없이 대출을 해주는 게 골자다. 대출 한도도 현행 희망홀씨 대출보다 늘어나고 금리는 1~2%포인트 정도 낮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회 관계자는 "의무대출 비율을 정하는 법안이 만들어 지는 걸 막기 위해 특위에 새 서민대출 상품 도입 계획을 알린 것"이라며 "현재 은행권 공동 서민대출 상품을 개발 중에 있으므로 은행들과 충분히 상의해 결정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