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영업익 10% 서민대출 실시, 배경은?

머니투데이 도병욱 기자 2010.09.29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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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균 1조원 이상 서민대출 전망, 6년간 200만명 이상 수혜

은행연합회가 은행 영업이익 10%를 서민에게 대출해주는 안을 추진하는 것은 은행이 서민대출에 인색하다는 정치권의 인식 때문이다.

29일 금융권과 정치권에 따르면 신동규 은행연합회 회장은 이날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을 찾아 새로운 서민금융상품을 도입하고, 총대출한도는 은행별로 전년도 영업이익의 10% 수준에서 설정하겠다고 제안했다.



여권 관계자는 "홍 최고위원이 은행의 서민대출을 의무화를 담은 법안 발의를 준비하자 은행연합회가 관련 안을 들고 왔다"며 "법안을 만드는 대신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서민대출을 확대하겠다는 안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나라당 서민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인 홍 최고위원은 앞서 "은행이 경영위기를 겪을 때는 국민의 세금으로 보전해주는데, 정작 은행은 자기자본비율(BIS 비율)을 방패삼아 서민대출을 거절하고 있다"며 은행 서민대출 의무화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은행권의 반발과 당내 이견이 계속됐음에도 그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물론 야당 의원을 포함한 전체 의원을 만나 법안의 배경을 설명하겠다"고 말하며 법안 발의 의지를 밝혔다.

정치권 관계자는 "법안이 통과되면 은행은 매년 영업이익의 10%를 서민대출에 써야 한다는 부담이 생긴다"며 "자율적으로 서민대출을 하는 대신 '서민경제가 회복할 때까지'라고 시기를 제한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홍 최고위원은 이에 대해 "현재 금융권의 수입구조와 대출구조에서 영업이익 10%를 서민신용대출에 쓰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가 아니다"라며 "은행의 공적기능 회복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은행권이 운영하던 '희망홀씨대출'의 보증재원이 저축은행의 서민대출인 '햇살론'으로 쏠릴 가능성이 큰데, 이 경우 은행권의 서민신용대출은 사실상 고사한다는 게 홍 최고위원 측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은행권은 매년 1조원 수준을 서민대출 재원으로 사용하게 된다. 지난해 국내 은행의 영업이익은 8조 9894억원 수준인데, 이 가운데 10%를 서민대출에 쓴다면 약 9000억원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국내 은행들이 2008년과 2007년에 각각 11조 6495억원, 20조 915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것을 감안하면 은행권 수익 회복에 따라 1조원 이상의 서민대출 재원 확보도 가능하다.

홍 최고위원은 "연평균 1조원 대의 서민대출금액이 형성되면, 향후 6년간 200만명 이상의 저신용 서민들이 수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서민들의 이자경감효과도 매우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은행권에서는 이같은 은행연합회의 결정에 대해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국책은행도 아닌 민간은행의 영업이익 중 일부를 의무적으로 특정 대출에 쓰라고 하는 것은 지나친 감이 있다"며 "서민대출 확대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나친 규제는 결국 부작용을 낳기 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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