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론의 비극, 연봉 4500만원인게 한스럽다고?

머니투데이 김유경 기자 2010.09.29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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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일적인 4000만원 기준으로 우는 나고생씨, 어머니 병원비 마련 막막

"병든 어머니 모시고 세 아이 키우는 홀아비의 연봉이 4500만원이면 고연봉자입니까."

29일부터 연소득 4000만원을 넘는 사람에게 햇살론 대출이 금지됐다. 소득이 높은 고액 연봉자가 햇살론 대출을 악용한다는 지적에 따라 햇살론의 대출 조건 중 소득기준이 이같이 제한됐다.

이에 따라 신용등급이 6등급 이하더라도 연봉이 4000만 원을 넘으면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됐다.



하지만 부양가족에 대한 고려 없이 단순히 금액만으로 햇살론 대출대상을 산정하는 것이 맞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가족 중에 환자가 있는 경우에는 장기간 저리로 빌릴 수 있는 햇살론이 정말 필요한 대상이 아니냐는 주장이다.

신용대출업을 하고 있지 않는 저축은행의 A지점장은 전날 담당 집배원으로부터 안타까운 사연을 들었다며 이같이 털어놨다.



16년간 우편배달을 하고 있는 나고생(가명)씨는 8급 공무원으로 지난해 기준 연봉이 4500만원이다. 적지 않은 연봉이지만 장기간 아내의 병원비를 대느라 나씨는 빚이 쌓여갔다. 이자를 제때에 내지 못하고, 연체도 많아지면서 신용등급은 9등급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아내는 지난 3월, 세 명의 자녀를 남겨두고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나고 말았다.

그동안 대출 원리금이 연체되면서 은행이 아파트를 경매에 넘기겠다고 하는 바람에 아파트도 급매로 처분했다. 현재 그는 두 은행에서 3400만원의 신용대출을 받은 상태. 자동차 할부도 500만원이나 남아 있다.

문제는 최근 어머니마저 병환으로 누우신 것. 나씨는 다시 어머니 병원비를 마련해야 하지만 제1금융권의 신용대출은 물론 하루 사이에 햇살론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상담을 했던 28일에라도 신청을 했다면 햇살론을 통해 400만원을 대출 받을 수 있었지만 하루 만에 필요한 서류를 다 준비할 수 없어 결국 햇살론도 받지 못하게 됐다.

A지점장은 "너무 안타깝다"며 "가족의 병원비가 크거나 다자녀 가구인 경우에는 고소득자라도 햇살론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햇살론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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