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토류 확보' 비상 걸린 기업, 수입처 다변화 나서

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2010.09.28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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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이외 지역서 광산 개발 등 모색..정부, 기업 컨소시업 구성 계획

'첨단산업의 비타민' 희토류 확보에 각국 비상이 걸린 가운데 국내 기업들의 발걸음도 분주해졌다.

전세계 희토류 생산의 97%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이 최근 일본과 영토 갈등을 빚다 수출 중단 카드를 내 보인 이후 한국에도 '희토류 쇼크'가 닥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대표적인 곳이 세계 최대 폴리실리콘 생산업체인 OCI (87,800원 ▲700 +0.80%)다. 이 회사는 희토류가 사용되는 제품이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비록 소량이지만 마나듐과 플래티늄 등이 주 원료로 쓰이며, 이들 대부분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이수영 OCI 회장의 장남인 이우현 부사장은 희토류 수입처를 다변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그는 최근 희토류 광산 투자 문제로 그루지아를 다녀왔고, 조만간 우크라이나와 카자흐스탄도 방문할 계획이다.

이 부사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중국산이 가장 싸지만 시장 상황이 급변할 수 있어 수입처 다변화를 위해 여러 나라를 다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 희토류 생산량은 2008년 기준으로 12만4000톤이며, 이중 중국 생산량이 12만톤으로 전체의 96.8%에 이른다. 매장량으로 보면 중국(2700만톤)과 독립국가연합(CIS·1900만톤)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고, 미국과 호주도 상당량 보유하고 있다.

생산원가는 환경 규제가 세지 않은 중국이 여느 국가에 비해 30% 이상 낮다. 그런데도 중국 이외의 지역에서 희토류 광산을 확보하려는 것은 최근 중국과 일본 간 영토 분쟁에서 불거진 희토류 자원의 무기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위기 의식에서다.

한국 기업들도 희토류 원료 확보에 뛰어들었으나 중국 견제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포스코 (359,500원 ▼4,500 -1.24%)의 경우 지난 6월 한국광물자원공사와 함께 희토자성재료업체인 중국 포두영신희토유한공사(이하 영신희토) 지분 60%를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했다. 이 업체는 전기자동차, 풍력발전용 모터 등의 영구자석용으로 사용되는 영구자석용 희토류(NdFeB)를 생산하는 곳이다.


포스코는 인수 당시 희토류 원료 생산부터 가공, 판매까지 맡아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외국 기업이 희귀 금속 자원을 확보한다는 데 현지 반발이 나오면서 원료 가공에만 참여하는 것으로 후퇴했다.

이와 관련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최근 한 모임에서 "국경 분쟁 때문에 중국과 일본이 다툼을 벌이고 이것이 희토류 싸움으로 이어졌다"며 "우리도 (희토류) 자원 확보를 위해 내몽골에 진출했는데 앞으로 조심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포스코는 몽골과 희토류를 비롯한 희귀 금속자원 개발에 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등 중국 이외 지역으로 자원 확보 반경을 넓히고 있다.

정부 역시 기업들의 이런 행보에 맞춰 희토류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데 힘을 보태기로 했다. 지식경제부는 희토류 수요가 큰 민간 기업들을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자원 확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제련과 소재 기술을 갖고 있는 기업들과 연계해 희토류 생산 부문에 진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희토류가 다른 전략 강종에 비해 리스크가 크다는 점을 고려해 정부가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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