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만나는 이재오, 친이 만나는 박근혜

머니투데이 도병욱 기자 2010.09.28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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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와 이재오 특임장관이 소통의 폭을 넓히고 있다. 이 장관은 친박(친 박근혜)계 의원들과, 박 전 대표는 친이(친 이명박)계 의원들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다.

이 장관은 28일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친박계 의원 모임인 '여의포럼'과 오찬을 가졌다. 이 장관이 여의포럼 간사 유기준 의원에게 제안해 이뤄진 자리로, 이 장관과 유 의원 등 모두 12명의 의원들이 참석했다.



이 장관은 "섭섭한 일이 있다면 건배하면서 술로 잊으면 좋겠다"라고 말했고, 친박계 의원들은 "오래전 일인데 새삼스럽게 이야기 하냐"고 화답했다. 이 장관이 18대 총선에서 친박계가 대거 탈락한 '공천 학살'의 배후로 지목받았던 일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한 참석자는 "이 장관이 '앞으로는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여 주겠다'고 말하는 등 화합을 다지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이날 회동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 장관은 김학송 의원에게 "넥타이가 멋있다"는 칭찬을 했고, 유 의원은 "이 장관 때문에 90도 인사를 하고 악수도 오래하는 등 지역구 의원들의 스탠다드(표준)가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의 행보에 대해 여권 내부에서는 "당내 화합과 소통의 계기가 될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 친박계 의원은 "친이, 친박 할 것 없이 당내 소통이 절실한 시점"이라며 "당내 통합을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전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도 연일 친이계 의원들과의 만남을 갖고 있다. 전날 친이계 초선의원 5명에 이어 이날도 친이계 재선 의원들과 오찬을 함께했다. 오는 29일에는 당내 이공계 출신 의원들과 오찬을 가질 예정인데, 원희목, 배은희 의원 등 친이계 의원들도 참석할 가능성이 높아 자연스럽게 친이계 의원과의 소통이 이뤄질 전망이다.


박 전 대표의 측근은 "박 전 대표가 개인적으로 당 소속 의원들을 만나는 자리를 만든 것"이라며 "다양한 의원들을 만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권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점점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며 "이 대통령과 회동 이후 분위기가 바뀐 것이 계기겠지만, 계파 간 화합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인식도 기저에 깔려 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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