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롱 뒤져도 금 안나오는 이유..돌반지 사라진다

머니투데이 김유경 기자, 정진우 기자 2010.09.28 15:53
글자크기

금값 사상 최고치 경신 행진에 종로 금은방 거래 '뚝'

"요즘 돌반지 하는 사람 있나요. 저도 그냥 봉투(현금) 주고 마는데요."

귀금속 체인점인 한국금거래소 종로점 관계자 A씨의 말이다. 국제 금값이 130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자 종로지역 금 거래는 뚝 끊겼다.

4~5년전 금값이 1돈에 8만원 할 때는 돌반지만 한 달에 80개 정도 팔렸다. 하지만 요즘 돌반지를 사러 오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한 달에 한 두 개 팔리는 게 고작이다.



돌반지 뿐만 아니라 예물 매매도 절반 가까이 줄었다. 4년전이나 지금이나 예물 비용은 400만~500만원 정도로 비슷하지만 중량은 반토막 수준이다.

장롱 속에 꽁꽁 숨겨둔 예물이나 돌반지를 팔러 나오는 사람도 거의 없다. 더 이상 가정에서 내놓을 금이 많지 않은데다, 금값이 더 오를 것을 기다리는 사람이 많은 탓이다.



A씨는 "지난해 말 금값이 치솟을 때 매입 물량은 하루에 8000만원 어치 됐다"며 "올해 2월까지 엄청난 매도물량이 쏟아져 나오면서 가정에 있는 금이 거의 다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지난달부터 추석 전까지는 하루 3000만원 어치의 물량이 나왔지만 추석 이후에는 하루 300만원도 안될 정도로 대폭 줄었다. 가지고 나오는 물건도 순금이 아닌 14K 반지나 목걸이가 대부분이고 금니를 가지고 오는 사람도 있다고 A씨는 말했다.

◇ 금, 선물보다 투자용=금값 상승은 금의 매매 형태도 바꿨다. 한국금거래소의 박정삼 대표는 4~5년 전과 비교하면 금의 매매형태가 천양지차라고 밝혔다.


과거 고객들이 내놓은 금은 돌반지가 70~80%를 차지했고 예물이 20~30%정도였다. 하지만 요즘 매물로 나온 돌반지는 10%에 불과하다. 대신 회사에서 연말행사로 받은 두꺼비나 행운의 열쇠 등이 50%를 차지하고 투자용으로 사뒀던 골드바가 2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예물용은 20%정도.

고객이 사는 금의 용도도 달라졌다. 돌반지 구매는 거의 없고 예물도 기본 반지만 하는 수준으로 10%에 그친다. 대신 투자용으로 골드바를 구매하는 비중이 40~50%로 늘었고 기업 행사용이 30%, 기타가 10~20%를 차지한다.



◇ 은행창구 분위기도 조용..실거래 없어= 은행 창구 분위기도 조용하다. 금값이 이미 너무 오른 탓에 고객들의 문의만 있을 뿐 창구에서 실제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28일 국제 금 시세에 따르면 현재 금 1온스 당 1294.25달러다. 2주전인 14일만 해도 온스 당 1247.45달러였다. 미국 등 해외 발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탓에 안전자산으로 손꼽히는 금의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한은행 A지점 관계자는 "금 가격이 너무 올라 고객들이 문의만 하고 그냥 간다"면서 "팔려는 사람들도 앞으로 더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그냥 갖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 관련 시장은 이미 자산가를 중심으로 그들만의 리그가 형성된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이러다 보니 자연스레 실제 거래는 별로 없다. 특히 금 가격이 온스 당 1200달러를 돌파한 이후 온스 당 1300달러 아래에서 큰 폭으로 움직이다보니 최근 수익률은 좋지 않다. 이날 기준 1개월 수익률은 -0.61%다. 반면 오래 전에 가입한 사람들의 수익률은 좋다. 6개월 수익률은 13.36%, 1년 수익률은 42.68%를 기록 중이다.

신한은행 B지점 관계자도 "요즘 같은 시기엔 금 관련해 고객 응대가 정말 힘들다"며 "매도를 희망하는 사람에겐 그냥 더 갖고 있으라고 말하고 매수를 원하는 고객들에게는 조금 더 기다리라고 조언하는 수준이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