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난한 건설사 구조조정, 해법은

더벨 김동희 기자 2010.09.28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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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

더벨|이 기사는 09월27일(12:45)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국내 건설사는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스(PF)가 국내 금융불안의 진앙지로 지목되면서 경영은 악화일로다. 빚을 갚지 못해 부도난 건설사가 부지기수이고, 자발적 또는 비자발적으로 워크아웃에 들어간 건설사만 50 여 곳에 달한다.



금융위기는 예상과 달리 조기에 진화됐다. 국내 경기는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그러나 건설사는 여전히 어렵다. 감독당국과 은행들이 구조조정에 나섰지만 경영정상화에 성공한 건설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올해 3차 구조조정대상에 포함된 건설사는 사정이 딱하다. 워크아웃 플랜이 확정돼야 신규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을텐데 여전히 안갯속이다. 회사를 살리자는 워크아웃인지, 말려 죽이자는 워크아웃인지 모르겠다는 푸념이 나오는 것도 건설사 입장에서 무리가 아니다.



채권금융회사 간에는 추가 손실과 신규 자금 지원 부담을 줄이기 위한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자산건전성은 물론 향후 투자원리금 회수와도 직결되는 의사결정이라 모두 양보할 뜻이 없다.

실제로 한일건설은 주채권은행의 구조조정 계획이 통과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한 일부 채권단은 PF대출(보증채무)의 주채무 전환비율이 20%미만으로 낮다며 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지금까지 보증채무의 주채무 전환비율을 확정한 적도 없어 의사결정이 만만치 않다.

반면 주채권은행인 국민은행은 한일건설의 부결된 워크아웃 안건(3~5호)을 거의 원안 그대로 다시 상정했다. 금리 재조정 부분에 자율성을 줬지만 논란이 됐던 부동산PF처리방안과 관련한 5호 안건은 변화를 주지 않았다.


건설사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해 채권단이 손실을 감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모기업인 한일시멘트도 PF대출의 주채무 전환비율(20%미만)을 확정할 경우에 한해 출자를 약속했다.

국민은행은 27일까지 채권단의 동의서를 다시 받을 예정이다. 하지만 채권단의 이견이 커 구조조정 계획의 시행 여부를 장담할 수는 없다.



남광토건도 마찬가지. 남광토건의 일부 채권금융회사는 신규 지원 분담액이 크다며 낮춰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이 공사미수금 등을 더해 분담 금액을 산정하자 전례에 없다며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채권금융회사의 동의서 접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구조조정 계획안이 부결될 위기다.

성우종합건설도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이 312억원을 단독 지원하고, 제2금융권으로 이뤄진 부채권은행이 손실 분담을 확약하는 안을 제시했지만 법정 동의율(75%)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신동아건설 등도 비슷한 이유로 구조조정 계획을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채권단이 구조조정 계획안을 놓고 고민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한 푼이라도 더 부담을 줄여야하기 때문이다. 각 채권단의 담당자 입장에서도 건설사의 경영정상화보다 신규지원과 투자 손실을 줄이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



옳고 그름을 따지기 어려운 문제다. 당장의 이해득실을 무시하고 대의명분을 주장할 수도 없다.

그러나 이해득실을 좀 더 긴 안목에서 볼 수는 있지 않을까. 기왕에 퇴출을 시키는 것보다 워크아웃을 하는 것이 원리금 회수에 더 낫다고 판단했다면, 회사가 살아날 수 있는 최적의 프로그램을 고민하는 게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늦으면 늦을수록 더 많은 돈과 수고가 드는 게 기업을 살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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