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인수 후 현대상선 지분 어디로?

머니투데이 최명용 박성희 기자 2010.09.28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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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 혹은 현대중공업 매각 따라 현대그룹 지분 구도 변화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전에서 승리할 경우 현대상선 지분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주목된다.

◇현대그룹 지배구조 어떻길래

현대건설 (30,950원 ▼200 -0.64%)은 현대그룹의 사실상 지주사인 현대상선에 대한 캐스팅 보트를 쥔 곳이다. 현대건설은 현대상선 (17,630원 ▲320 +1.85%) 보통주 7.22%(1105만주)와 우선주1.08%(166만주) 등 8.3%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상선 우선주는 의결권이 부여돼 있다.



현대상선의 현 대주주는 현대엘리베이터로 24.52%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공동보유인 해외펀드 케이프포춘(5.75%) 넥스젠(3.53%) 및 우리·하나은행(6.69%) 등의 지분을 더해 40.24%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현대중공업 (198,300원 ▲7,300 +3.82%)은 2대주주다. 현대중공업(17.60%)과 현대삼호중공업(7.87%)이 25.47%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방계인 KCC그룹 지분(5.04%)를 더하면 총 30.51%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현대건설 인수 후 현대상선 지분 어디로?


현대그룹은 현대엘리베이터를 시작으로 현대상선→현대로지엠→현대엘리베이터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다. 현대상선 경영권을 확보하면 현대그룹 전체의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

◇#1. 현대상선 지분 현대그룹에

잡음이 가장 적은 시나리오는 현대건설의 현대상선 지분을 현대그룹에 넘기는 것이다. 2006년 회자됐던 현대중공업의 현대그룹 경영권 확보설에 대해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구도다.


UBS증권은 이 경우를 최상(better case)이라고 평가했다. UBS는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한 후 현대상선 지분 8%를 현대그룹에 매각하기로 합의가 이뤄진다면 현대건설 인수를 둘러싼 지나친 경쟁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두 그룹이 합의에 실패한다면 현대건설 인수전의 경쟁이 격화, 인수 가격이 높아져 상황이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증권가는 이같은 시나리오는 실현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본다. 그동안 보여준 현대가의 정서는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라 '자존심'의 문제가 깔려 있다.

◇#2. 현대重에 넘기면..鄭씨 가문 '윈윈'

한국투자증권은 현대차가 향후 현대상선 지분을 현대중공업에 넘길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5조4000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건설 인수전에 이를 쏟아 부어도 자금상 부족함은 없다. 다만 외국인 투자자들의 우려와 주가 관리 등에서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이를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현대건설 인수자금의 소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현대건설 인수대금은 경영권 프리미엄 30%를 감안해 약 3조5000억원으로 예상된다. HMC증권(옛 신흥증권)을 인수할 때처럼 절반만 현대차가 인수하고 나머지는 계열사가 부담한다. 현대차의 자금 부담은 1조7500억원으로 준다.

여기에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1105만주)을 주당 5만원에 현대중공업에 매각한다면 보통주만 해도 5500억원이 된다. 현대상선 주가가 강세를 보이는 만큼 주가 상승에 따라 추가 자금 회수도 가능하다.



서성문 한국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은 현대그룹과 현대건설 인수를 두고 경쟁상대여서 현대상선 지분을 넘길 가능성이 낮다"며 "현대차가 독자적으로 인수를 선언했지만 형제간인 정몽준 회장과 현대상선 지분 양수도로 측면 지원을 하는 시나리오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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