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대법원 상고' 24%나 늘었다"

머니투데이 김성현 기자 2010.09.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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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행정처 발행 '사법연감'.."대법관 업무부담 가중 지적"

형사사건 피고인이 1·2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28일 법원행정처가 발간한 '2009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 한 해 형사사건 상고 건수는 1만8234건으로 2008년 1만4704건에 비해 24%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미결 구금일수 중 일부를 형기에 산입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한 형법 제57조에 위헌 결정을 내린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미결 구금일수란 형사 피고인이 형 확정 판결을 받기 전까지 구금된 기간을 말한다. 법원은 헌재의 위헌 결정 이후 미결 구금 일수 전체를 형기에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형사 피고인들은 대법원에 상고를 해도 더 이상 전체 복역 기간에 손해를 보지 않게 됐고, 이에 따라 상고심 신청 건수가 폭증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형사 상고 사건 수가 폭증하면서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도 크게 늘었다.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전체 12명 대법관이 1년 동안 1인당 평균 1511건을 처리하고 하루에 4건 이상을 검토해야 하는 셈이다.

정치권과 법조계는 이 같은 문제를 신속히 해결해야 한다는 측면에서는 공감하고 있지만 구체적 해결 방안을 놓고서는 첨예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 사법제도개선특별위원회는 대법관 수를 현행 14명에서 24명으로 증원하고 대법관 3분의 1을 비(非)법관 출신으로 임명하는 방안을 올해 초 발표했다.



하지만 법조계 내부에서는 한나라당 안이 그대로 채택될 경우 대법관의 위상이 추락할 수 있고 이는 다시 대법원의 권한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한나라당이 '사법부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얘기였다.

이런 가운데 대법원은 지난 3월 전국 5개 법원에 상고심사부를 설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자체 사법개혁안을 발표하고 지난 6월에는 '상고심 절차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항소심 판결을 받은 당사자가 대법원에 상고 이유서를 내기만 하면 상고심 심리를 받을 수 있던 종전과 달리 고등법원 상고심사부를 거쳐야만 상고심 재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상고심사부 설치 방안은 대법원의 기존 사법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의도가 아니냐는 비판도 적지 않다. 사법개혁의 근본 취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한나라당 안을 차단하는데만 급급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재경지법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사법개혁을 둘러싼 양측의 공방이 자칫 기득권 다툼으로 비쳐질 수 있다"며 "무조건적 대립보다는 충분한 의견 조율을 통해 내실있는 구체적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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