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중심 경영으로 지속가능 항공사로 도약"

머니투데이 부산=기성훈 기자 2010.09.28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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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LIFE]김수천 에어부산 대표, "국내 고유의 저비용항공사 모델 만든다"

↑김수천 에어부산 대표↑김수천 에어부산 대표


"직원들을 보고 있으면 힘이 절로 납니다. 곳간에 쌀을 잔뜩 쌓아 두듯 신입사원들을 받을 때마다 기분이 가장 좋습니다."

항공사 대표에게 가장 보람된 일이 무엇일까. 대개 새로운 노선 개설을 들겠지만 이 보다 직원과 함께 하는 것을 꼽는 최고경영자(CEO)가 있다. 김수천(54·사진) 에어부산 대표가 주인공이다.

그는 가장 보람을 느꼈던 일을 말해 달라고 주문하자 "신입사원을 포함해 직원들이 자기 자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김 대표는 직원들이 선물해 준 그의 '캐리커처' 액자를 사무실 책상에서 가장 잘 보이는 서재에 두고 있다.



◇성공적 안착 "모두 직원 덕분"= 지난 2008년 10월 첫 비행을 시작한 에어부산이 그간 거둔 성과는 상당하다. 가장 큰 게 부산-김포 노선 점유율을 배 이상 높여 모 기업인 아시아나항공이 풀지 못했던 숙원을 이뤄낸 것이다. 첫 취항 당시 부산-김포 노선의 아시아나 점유율은 20%에 불과했으나 에어부산의 점유율은 현재 40%대를 기록하고 있다. 부산을 기반으로 한 에어부산은 지난 17일 저비용 항공사 중 최단시간에 탑승객 300만명을 돌파했다.

경영 여건도 급속도로 개선되고 있다. 출범 이후 줄곧 적자를 기록했으나 국제선 운항이 본격화된 올 4월부터 흑자 경영으로 돌아섰다.



"부산-김포 노선은 아시아나뿐 아니라 여러 신생 항공사가 번번히 실패한 구간입니다. 진에어(대한항공 자회사), 제주항공 등 다른 저비용 항공사들도 운항을 포기했습니다. 하지만 에어부산은 달랐습니다. '신생 항공사의 무덤'으로 불리던 부산 노선에서 성공을 거둔 것이죠."

김 대표는 이 성과를 직원들에게 돌렸다. 에어부산의 대표 상품인 '3050 셔틀서비스(김포에서 매시 30분, 부산에서는 매시 50분에 출발)'와 '기업우대 프로그램(1인 이상 일반 기업체, 단체 등이 항공기 이용 시에 할인 혜택을 제공)' 등이 직원들이 낸 반짝이는 아이디어였다는 이유에서다.

"회사 경영에 대해 직원들과 함께 최선의 대안을 찾아내고, 그들의 아이디어를 현장에 그대로 도입돼 큰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항상 어디서든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직원들이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우리 직원들의 1인당 효율성은 어느 항공사 직원보다 뛰어나다고 자신합니다."


실제 에어부산의 항공기 1대당 관리 인원은 46명으로, 메이저 항공사(80~90명)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에어부산은 조직을 슬림화한 대신 아웃소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원가절감에 성공했다. 8000여개 넘는 기업우대 프로그램 가입 기업들은 직원 1명이 온라인으로 관리하고 있다.

◇"도전, 언제나 즐겁다"= 180㎝가 넘는 훤칠한 키에 호남형인 김 대표는 부산중·고와 서울대(중문학과)를 나왔고, 아시아나항공 여객영업부문 상무 등을 거쳐 2008년 3월 에어부산 대표로 취임했다. 그는 직장생활을 영업부문에서 보낸 '영업통'이다. 아시아나항공에서 상하이 여객판매 담당, 광저우 지점장, 중국 팀장 등을 맡아 새 조직을 안정화하는데 적임자라는 평이다. 그는 인사 업무도 6년을 맡은 경험이 있어 에어부산 초대 사령탑을 맡게 됐다.



"갑작스럽게 에어부산의 대표를 맡았죠. 당시 회사 안팎의 상황으로 인해 특별한 준비도 하지 못한 채 내려와 처음부터 시작했습니다. 한마디로 도전과 고비를 넘기고 지금까지 왔습니다. 아시아나항공에서 영업과 인사 업무를 한 것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특히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관심이 있는데다 인사 업무를 통해 터득한 노하우로 새 인물들과 공동의 비전을 만들어 가도록 노력했습니다."

그는 매번 새로운 일을 맡는 것을 즐긴다고 한다. "새로운 도전과 환경을 경험하는 것이 훨씬 더 보람 있습니다. 항공사가 제격이죠. 항공 산업은 전 세계를 상대로 도전하는 산업입니다. 다이내믹하고 창조적으로 일할 수 있어 즐겁습니다."

◇"실용 항공사 모델을 만든다"= 에어부산은 본격적으로 국제선 취항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올 연말 부산-세부(필리핀)노선을 시작으로 내년 초 부산-홍콩과 다른 신규 노선 취항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선에서는 2단계 개통 예정인 경부고속철도(KTX)와의 피할 수 없는 경쟁도 앞두고 있다.



"부산 지역주민 및 기업들의 성원, 합리적인 가격과 서비스를 통해 실용항공사라는 취지에 맞게 성공적으로 연착륙했다고 생각합니다. 내년에 5시간 전후의 중거리 국제선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면 (제가 생각하는) 창업 후 1단계 작업은 완성됩니다."

김 대표는 지속가능한 항공사로서의 도약을 위한 방안이 요즘 가장 큰 고민이라고 말했다. 그의 사무실 책상과 서재에 빼곡히 들어차 있는 서류가 김 대표의 현재 고민을 대변하고 있는 듯하다.

"실용항공사를 표방한 에어부산은 현재 기존 메이저 항공사가 제공하지 못한 새로운 가치, 저렴하면서도 쾌적한 여행을 실현하고 있습니다. 이 성과를 바탕으로 고객과 지역 주민에게 신뢰와 사랑을 받는 항공사, 흑자를 내면서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항공사, 직원들이 만족하고 비전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항공사로 발전해야 합니다. 에어부산만의 실용 항공사 모델을 성공시키고 싶습니다."



취임 후 휴가도 없이 업무에 집중하고 있는 김 대표가 다시 열정을 이끌어 내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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