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 직무대행 놓고 또 분열하는 신한지주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10.09.27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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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말 못할 사정있나?

"이럴 거면 이사회에서 해임을 시키지 왜 직무정지 결정을 내렸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사회 결정대로 검찰 조사 결과 나오면 그때 그 결과에 따라 진행하면 되는데, 지금 사장 대행이 왜 필요한 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신한금융그룹 한 재일동포 주주)

사장 직무대행 놓고 또 분열하는 신한지주


신한금융그룹(신한지주 (55,500원 ▼1,400 -2.46%)) 재일동포 주주들이 또 한 번 격앙된 감정을 드러냈다. 신한지주 이사회가 신상훈 사장에 대해 직무정지 결정을 내린 지 2주 만에 또 이사회를 열어 사장 직무대행 선임을 논의한다고 밝혀서다.



신한지주 지분 17%를 가진 재일동포 주주들을 대표하는 4명의 사외이사는 이미 이번 안건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도대체 뭐가 그리 급해서 '사장 고소-직무정지-직무대행 선임' 등 일련의 과정이 한 달도 채 안 되는 짧은 시간동안 진행되고 있냐는 것이다. 일부 재일동포 주주들은 "(신한지주가) 이번 사태가 발생하기 한참 전부터 신 사장이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게 해 놓고선 이제 와서 무슨 직무대행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내 주주들 반응도 비슷하다. 신한지주가 지난 24일 "지주사 일반 결재에 관한 업무가 라 회장에 집중돼 어려움이 있고 라 회장에 대한 금융감독원 및 검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해 사장 직무 대행 선임을 논의키로 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지만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신한지주가 이사회를 개최한지 얼마 안 돼 갑작스럽게 직무대행 선임을 추진하면서까지 서두를 수밖에 없는 말 못할 사정이 생긴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신한지주 내부에 정통한 금융계 한 관계자는 "사장 직무대행이 지주 내 일반 업무를 맡고 라 회장이 중요 사안 결재만 할 예정이라고 했는데, 신한지주는 이미 모든 게 라 회장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굳이 그렇게 구분 지을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내부적으로 뭔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이처럼 신한지주가 예측 가능치 못한 카드를 꺼내면 꺼낼수록 의혹만 더 생기고, 신한지주가 그토록 바라는 '조직의 안정'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진정으로 조직을 생각했다면 이사진들은 물론 주주들 사이에서 고개를 갸웃거리며 "왜, 굳이, 지금 이 시점에서..." 등과 같은 말이 나오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

라응찬 회장을 비롯해 경영진이 대국민 사과를 한 게 엊그제다. 일각에선 벌써 이번 직무대행 선임을 놓고 물밑에서 심한 격돌이 이뤄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신한지주가 이번 직무대행을 놓고 또 한 번 분열된 모습을 보이며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해야만 하는지 신중하게 따져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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