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시장에 '대장'들이 돌아왔다

더벨 이도현 기자 2010.09.27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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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 Watch]포스코·현대차·하이닉스 발행 잇달아...저금리 기조에 뛰어들어

더벨|이 기사는 09월20일(07:25)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회사채 시장에 '대장'들이 돌아왔다. 포스코 (375,000원 ▼500 -0.13%), 현대자동차 (250,500원 ▲4,500 +1.83%), 하이닉스 (157,100원 ▲4,300 +2.81%)반도체 등 각 업종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3분기 들어 잇달아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예상치 못한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자 기업들의 채권 발행여건은 그 어느 때보다도 좋아졌다. 특히 업종을 대표하는 '대장주'들은 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어 협상 테이블의 주도권을 쥔 채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 내고 있다.

20일 더벨에 따르면 3분기 들어 업종을 대표하는 기업들의 대규모 회사채 발행이 줄을 잇고 있다. 이른바 주식시장의 대장주 역할을 하고 있는 기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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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봉에는 AAA급 초우량사 포스코가 있다. 포스코는 지난 8월4일 5000억원이라는 대규모 자금을 회사채 시장에서 조달했다. 지난 2009년 1월20일 같은 규모의 채권을 발행한 이후 1년7개월 만이다.

이름에 걸맞게 시장에서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대표주관 1개사, 공동주관 4개사를 포함해 총 11개 증권사가 인수하는 등 경쟁이 치열했다.


5년물 금리는 4.81%. 발행일 당시 AAA급 회사채 민평금리 보다 9bp(1bp=0.01%포인트) 낮았다. 이는 AAA급 은행채에 비해 12bp, 일반 공사채에 비해 3bp 낮은 수준이다.

당시 인수에 참여했던 증권사 관계자는 "휴가철이 시작되는 시점이었지만 오랜만에 등장하는 대형 이슈어였기 때문에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았다"며 "남들 보다 더 많은 인수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입찰 당일 하루 종일 정신없이 뛰어 다녔다"고 전했다.



IT(정보통신) 업계의 대표적인 대장주인 하이닉스반도체(BBB+)에 대한 관심도 이에 못지않았다. 하이닉스반도체가 채권시장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1년 만이었다. 지난 9월9일 하이닉스반도체는 3000억원 규모의 3년물 채권을 거뜬히 소화시켰다.

인수전엔 무려 15개 증권사가 뛰어 들었다. 인수 경쟁이 치열해지자 회사는 주도권을 쥐고 협상에 임했다. 그 결과 당초 목표했던 것보다 규모는 1000억원 늘리고, 금리는 5bp 가량 낮출 수 있었다. 6.35%라는 금리는 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한 열기가 뜨거웠는지를 반증한다. 이는 BBB+급 회사채 3년물 민평금리 보다 146bp나 낮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도 나란히 1년 만에 등장했다. 현대자동차(AA+)는 5년 만기 3000억원어치의 회사채를 4.91% 금리로 발행했다. 민평 보다 7bp 낮다. 기아자동차(AA)는 3년물, 5년물을 각각 1000억원씩 발행했다. 3년물은 민평 대비 7bp, 5년물은 17bp 낮은 수준으로 금리가 결정됐다.



기아자동차의 경우 1년 전만 해도 3년물과 5년물을 각각 5%후반대, 6%후반대 금리로 발행했다. 그런데 1년 만에 기아자동차는 5년물을 4% 금리로 발행할 수 있게 됐다.

항공주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각각 3000억원, 1500억원어치의 회사채를 발행했고 건설주에선 GS건설과 대우건설 등 AA급 건설사들이 오랜만에 1000억원 이상의 채권을 시장에서 소화시켰다.

신한금융지주회사,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금융지주사들도 3분기 동안 2조원에 육박하는 채권을 찍었다. 그밖에 유통업계 경쟁사인 롯데쇼핑과 신세계는 30일 나란히 1억달러 규모의 외화표시채권을 발행하고 삼성테크윈(2000억원), SK C&C(2000억원), 현대하이스코(2000억원) 등 대기업 계열사들도 채권발행에 동참했다.



기업들의 발행목적은 다양하다. 우선 포스코는 철광석, 석탄, 니켈 등 원료구매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채권을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하이닉스반도체는 조달자금으로 은행에서 빌린 단기차입금을 상환한다. 현대자동차는 회사채 상환, 기아자동차는 회사채 상환과 납품대금 지급에 사용한다.

금융지주사들 역시 차입금 상환자금이나 계열사 지원 자금 마련을 회사채로 해결했다. 삼성테크윈은 삼성탈레스 지분 취득, SK C&C는 단기차입금 상환, 현대하이스코는 차입금 상환 및 생산시설 증설에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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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은 특정 시기의 발생할 자금소요에 대비하기 위해 회사채를 발행한다. 앞서 언급된 기업들은 일찌감치 시장에서 사전 수요조사(태핑)를 진행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그런데 3분기에 발행이 몰리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이슈로 눈치를 살피던 기업들이 예상 외로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자 다시 시장에 나타난 것.

회사채 금리는 연초부터 하향세를 보이더니 2분기엔 저점을 찍었고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대두되자 서둘러 채권을 발행하려는 기업들도 크게 늘었다. 지난 7월 기준금리 인상 이후 회사채 민평금리는 소폭 상승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았고, 회사채 금리는 되레 하향세로 돌아섰다.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계속 제기되고 있지만 회사채 금리는 9월에 최저점을 찍었다.

기업들은 그동안 추가 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두면서 회사채 발행시기를 조율했다. 하지만 당분간 '이상' 저금리 기조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이자 속속 채권발행 작업에 뛰어들었다.



증권사 기업금융 관계자는 "대형 이슈어들이 여전히 관조하고 있어 크게 신경 안 썼는데 갑자기 발행계획을 잡는 등 3분기 들어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는 모습"이라며 "소요에 따라 발행규모는 다르겠지만 4분기까지 여건이 급격히 나빠질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벌써 10월에 대규모 발행에 나서는 기업들이 있을 만큼 시장 분위기는 괜찮다"며 "다만 발행사들이 워낙 강하게 금리를 부르고 있다 보니 발행사와 투자자 간의 달라진 눈높이를 어떻게 맞추는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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