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서울정상회의, 환율전쟁터 변질될까 조마조마

머니투데이 박영암 기자, 강기택 기자 2010.09.26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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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증현 "위안화 절상논의 부적절, 글로벌 불균형해소 등 집중논의"

오는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자칫 강대국간 '환율전쟁터'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중·일 등 강대국간 환율전쟁 격화로 우리 정부가 야심차게 준비해 온 금융안전망 구축, 국제통화기금(IMF)개혁 등 '코리아 이니셔티브' 합의도출이 쉽지 않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이에 정부는 위안화 절상은 부적절한 의제라며 서울 정상회의가 환율문제에 매몰되는 것을 막기 위한 행동에 공개적으로 나섰다.

"위안화 절상 의제 부적절" 속내는= 서울정상회의 의제 조율차 주요국을 순방하고 있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4일 "서울정상회의에서 중국 위안화 절상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이날 파리에서 로이터통신과 인터뷰를 갖고 "다자 회의체인 G20의 성격상 환율문제에 관한 해결방법이나 환율의 글로벌 경제 영향을 논의할 순 있지만 특정 국가의 환율을 다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티모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이 최근 미 상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서 "중국의 위안화 절상속도가 너무 느려 오는 11월 서울 정상회의에서 중국 위안화 절상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겠다"는 발언에 대한 공식 반응이다.



윤 장관 발언 파장이 확산되자, 정부 관계자들은 "G20 정상회의 성격에 따른 원론적인 언급"이라고 해명했다. 위안화 환율을 주요 안건으로 삼겠다는 가이트너 장관 발언을 공개적으로 반대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중국 위안화 절상 문제는 이해당사국간 양자회의에서 논의해야지 20개국 이상이 모이는 다자회의체인 G20 회의에서 다룰 주제는 아니라는 게 윤 장관의 발언 취지"라고 설명했다. 20여 개국 정상이 모이는 서울정상회의 성격상 중국위안화 절상은 부적절한 주제라는 지적이다.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의 고위 관계자도 "G20 정상회의 발표문은 참가국 전원의 합의를 전제로 작성 된다"며 "이 같은 성격상 중국의 반대가 예상되는 주제를 안건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게 윤 장관의 견해"라고 설명했다.


"재주만 부리고 실속은 강대국 챙길라" = 윤 장관 발언은 서울정상회의가 강대국간 환율전쟁터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정부당국의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우리 정부가 공들여 준비한 글로벌 금융안전망, IMF 지배구조 개혁 등 '코리아 이니셔티브' 대신 위안화절상 등 환율문제가 주요 의제로 부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측 희망과 달리 미국과 중국간 환율분쟁은 확산되고 있어 두 달도 남지 않은 서울 G20 정상회의는 이들의 분쟁터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데이브 캠프(미시간) 미 공화당 의원은 25일 "오바마 행정부는 중국의 환율정책을 포함한 '글로벌 불균형' 문제를 서울정상회의의 중요한 의제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윤증현 장관이 서울 정상회의에서 특정 국가의 환율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언급했다는 보도를 접하고 심기가 불편했다"며 "오바마 행정부는 이런 일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캠프 의원이 공화당 간사인 하원 세입위는 이날 중국 등 환율조작 의심을 받는 국가에서 수입되는 상품에 대해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법안을 의결, 하원 전체회의로 넘겼다. 이 법안은 환율을 조작했다고 의심되는 국가들에 대해 징벌적 차원의 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이에 대해 유엔 총회 참석차 방미 중인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미국 무역적자의 주된 원인은 중국의 환율이 아니라 (미국의) 투자 및 저축 구조 때문"이라고 맞섰다. 아울러 "미국과 중국 간에 무역 불균형이 존재하지만 위안화 절하를 통해 중국이 의도적으로 무역 흑자를 추구하지는 않았다"고 반박했다.



속 타는 정부, 미국 설득 나서 = 미국과 중국의 환율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당국은 설득작업에 나섰다. G20 준비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미국 주장대로 위안화 절상 문제를 별도 의제로 논의할 수는 없고 G20 국가들 간 구조조정 재정문제 환율정책 등 거시정책을 다루는 프레임워크 의제에서 다루도록 한다는 게 우리 측 입장"이라고 밝혔다.

때마침 윤 장관이 G20 의제 조율차 프랑스, 독일, 브라질을 거쳐 27일(현지시간) 미국을 방문하는 기회를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윤 장관은 가이트너 재무장관과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만나 서울정상회의 의제 등을 조율하는 데 이 자리에서 중국 환율 문제의 G20 이슈화를 만류할 계획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서울정상회의가 '남의 잔치판'이 되지 않게 의제선정 등 전반적인 부분에서 우리 정부의 리더십이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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