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광장 탓? 엉터리 배수에 '분통'

머니투데이 서울=뉴시스 2010.09.21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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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광장 탓? 엉터리 배수에 '분통'


추석 연휴 첫날인 21일 수도 서울의 '랜드마크'라할 수 있는 광화문 광장 일대가 한때 '호수'가 됐다. 이날 오전부터 서울 상공에 머물며 가는 비를 뿌려대던 먹구름은 오후 들어 시간 당 70mm이상의 '물폭탄'을 광화문 일대에 쏟아 부었다.

먼저 침수가 시작된 곳은 광화문 광장 남쪽 청계천 상류방향. 오후 1시께부터 동아일보 사옥 인근 차도를 점령하기 시작한 빗물은 주차돼 있던 차량 10여대를 삽시간에 침수시켰다.



인도까지 침범한 빗물은 곧바로 광화문 네거리까지 흘러들어 차량소통을 방해했다.

서울경찰청은 100여명의 병력을 긴급 투입해 광화문 지하철 출구에 모래자루를 쌓는 등 비 피해에 대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오후 2시 들어 빗줄기는 더욱 거세지자 성인남성 무릎높이까지 물이 찼다. 인근 상점 주인들은 영업을 중단하고 부랴부랴 빗물 차단에 나섰다.

시내버스 등 상대적으로 '덩치'가 큰 차량들의 운행에 어려움이 없었지만 승용차 등은 본네트 부근까지 차오르는 빗물 때문에 거북이걸음을 하거나 아예 도로를 우회했다.

오후 3시 들어 행인들의 통행이 어려울 정도로 수위가 높아졌다. 차들이 물살을 헤칠 때마다 물보라가 치는 웃지못할 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광화문 네거리 인근 편의점 앞에서는 벤츠차량 1대가 운행중 불어난 물에 시동이 꺼져 운전자가 물살을 헤치고 황급히 탈출하는 일도 발생했다.

인근 상점 주인들은 양동이와 빗자루 등을 들고 나와 업소로 흘러들어오는 빗물을 막기 위해에 안간힘을 썼다.

시민들은 도심 중의 도심이랄 수 있는 광화문 광장 일대의 침수사태를 납득하기 힘들다는 표정이었다.

비를 피해 인근 커피숍에 들른 김동욱씨(29)는 "도대체 배수시설은 제대로 되어 있는 지 모르겠다"며 "아무리 기습적인 폭우라도 청와대 앞에서 이게 무슨 물난리"고 말했다.

친구와 함께 광화문 나들이를 왔다는 김지수씨(32) "삽시간에 물이 차는데 오싹할 정도였다"며 "모처럼만에 왔는데, 광화문 호수를 보고 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침수로 인해 영업에 막대한 타격을 받은 광화문 토박이들은 광장 건립이 이번 침수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냐며 불만섞인 말들을 쏟아냈다. 이들은 이날 비로 인해 최소한 100여곳의 업소가 침수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했다.

섬마을 밀밭집 이승재씨(59)는 ?시부터 비가 퍼붓기 시작하더니 대로변 앞이라서 그런가 물이 순식간에 넘쳤다"며 "에어컨이랑 가전제품이 물이 들어가서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광화문 광장 만들 때 배수로 공사를 제대로 했는지 의심스럽다"며 "대한민국 한복판 광화문에서 20년동안 이런 적이 없었는데 광장 생기고 나서 배수가 형편없어졌다"고 말했다.

방림화원을 운영하고 있는 한상길씨(65)는 "추석 연휴 때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 1시부터 가게에 물이 넘치는데 혼자서 빗자루랑 바가지로 퍼냈는데 역부족이었다. 가게에 순식간에 물이 넘치더니 화분하고 꽃들을 덮쳤다. 화분 10개 정도가 깨지고 꽃들은 토사가 덮쳐서 다 버려야 할 판"이라고 울상지었다.

일식집 국수사의 주방장 최진표씨(52)는 "가게 지하에 있는 비품창고가 물에 잠겨 세탁기를 전혀 쓰지 못하게됐다"며 "지금 직원 8명이서 계속 치우고 있는데 들어온 토사랑 지하 비품창고에 잠긴 물을 어떻게 빼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 한복판 그것도 광화문에서 비가 와 가게가 침수 된다는 것이 말이 되나?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후 4시30분께부터 빗줄기가 얇아지면서 침수피해는 더 이상 발생하지 않고 있지만 상인들은 모래주머니 등으로 가게입구에 바리케이트를 만들어 놓는 등 추가 비 피해에 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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