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日 환율전쟁 "원화는 왜 조용할까?"

머니투데이 김한솔 기자 2010.09.2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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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기둔화 우려가 한 풀 꺾인 가운데 각 나라별 통화를 둘러싼 '환율 전쟁'이 본격화 되고 있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은 1160원을 중심으로 소폭의 오르내림만 있을 정도로 한국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왜 그럴까.

기본적으로는 한국의 경제 펀더멘털이 안정돼 있고, 외환 수급도 환율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게다가 외환당국도 환율이 큰 폭으로 변하는 것에 경계감을 갖고 '미세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에 나서고 있다.



최근 환율은 꾸준한 하락압력에 비해 뚜렷한 방향성은 보이지 않고 1160~1200원 사이의 박스권 장세를 지속하는 모습이다. 20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161.3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5월18일 1146.60원을 기록한 이후 4개월 연속 1160원대 이하로는 내려서지 않고 있다.

美中日 환율전쟁 "원화는 왜 조용할까?"


한 시중은행의 딜러는 "국내 견조한 펀더멘탈의 영향으로 원화 강세가 대세로 인식되고 있고, 수급 상으로도 환율 상승시마다 네고물량에 따른 달러화 매도세가 지속되면서 환율의 하락압력은 거세다"면서도 "1150원선을 지키려는 정부 당국의 개입 의지가 강하고 M&A관련 달러 수요도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트레이더들 역시 박스권내에서 단기 플레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최근 우리나라 외환시장의 경우 규제를 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많이 오픈되어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국내외 충격들이 미리 선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내 외환시장은 이처럼 조용한 모습이지만 이웃인 일본과 중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자국 통화를 둘러싸고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소리 없는 전쟁의 신호탄은 일본이 먼저 울렸다. 지난 15일 일본 정부는 엔고 저지를 위해 6년 6개월 만에 외환시장에 개입해 자국 통화 상승을 막았다. 엔화는 지난 14일 달러대비 83.25엔을 기록하는 등 15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바 있다.


일본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한지도 이제 닷새가 지났다. 지난 8월부터 고공행진을 거듭하며 1400원대를 웃돌았던 원/엔 환율은 일본 정부의 시장 개입 후 하락세로 돌아서 20일 현재 1356.86원을 기록했다.

美中日 환율전쟁 "원화는 왜 조용할까?"
원/엔 환율이 내림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이것이 수출업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과거 100엔당 700원을 기록하던 때에 비하면 현재의 원/엔 환율은 여전히 2배가량 높은 편인데다 일본의 시장 개입이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칠 만큼 엔고 현상이 우리에게 가져다 준 실익 자체가 애초부터 적었단 이야기도 나온다.

임 연구원은 "사실 달러화가 제 2순위의 안전자산이 된 것이 아니라면 초엔고 현상 자체에도 큰 이유는 없었다"며 "실물경제와 무역의 괴리, 시장 참가자들의 불안심리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본 당국의 시장 개입은 즉각 미국과 유럽의 볼멘소리를 들었다. 지난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대부분의 나라들이 '수출'을 경제회복의 발판으로 삼은만큼, 너도 나도 내심 자국 통화가 약세를 보이길 바라고 있는 와중에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의 하락 압력이 큼에도 불구하고 1160원이 지지선으로 지켜지고 있는 것 역시 급격한 원화 강세를 막으려는 정부 당국의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의 영향이다. 이번 일본의 개입으로 향후 우리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에 대한 '당위성'은 하나 더 보태진 셈이다.

일본 당국의 추가 개입 여부는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오는 G20 회의에서 미국이 중국의 위안화 절상 등 환율 문제를 공식 의제로 채택하길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이 독자적으로 개입을 단행하기엔 부담도 클 뿐더러 효과 역시 미미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번 일본의 개입으로 미국의 아시아 신흥국 통화에 대한 환율 조정요구가 거세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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