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으로는 한국의 경제 펀더멘털이 안정돼 있고, 외환 수급도 환율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게다가 외환당국도 환율이 큰 폭으로 변하는 것에 경계감을 갖고 '미세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에 나서고 있다.
국내 외환시장은 이처럼 조용한 모습이지만 이웃인 일본과 중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자국 통화를 둘러싸고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소리 없는 전쟁의 신호탄은 일본이 먼저 울렸다. 지난 15일 일본 정부는 엔고 저지를 위해 6년 6개월 만에 외환시장에 개입해 자국 통화 상승을 막았다. 엔화는 지난 14일 달러대비 83.25엔을 기록하는 등 15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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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한지도 이제 닷새가 지났다. 지난 8월부터 고공행진을 거듭하며 1400원대를 웃돌았던 원/엔 환율은 일본 정부의 시장 개입 후 하락세로 돌아서 20일 현재 1356.86원을 기록했다.
임 연구원은 "사실 달러화가 제 2순위의 안전자산이 된 것이 아니라면 초엔고 현상 자체에도 큰 이유는 없었다"며 "실물경제와 무역의 괴리, 시장 참가자들의 불안심리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본 당국의 시장 개입은 즉각 미국과 유럽의 볼멘소리를 들었다. 지난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대부분의 나라들이 '수출'을 경제회복의 발판으로 삼은만큼, 너도 나도 내심 자국 통화가 약세를 보이길 바라고 있는 와중에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의 하락 압력이 큼에도 불구하고 1160원이 지지선으로 지켜지고 있는 것 역시 급격한 원화 강세를 막으려는 정부 당국의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의 영향이다. 이번 일본의 개입으로 향후 우리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에 대한 '당위성'은 하나 더 보태진 셈이다.
일본 당국의 추가 개입 여부는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오는 G20 회의에서 미국이 중국의 위안화 절상 등 환율 문제를 공식 의제로 채택하길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이 독자적으로 개입을 단행하기엔 부담도 클 뿐더러 효과 역시 미미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번 일본의 개입으로 미국의 아시아 신흥국 통화에 대한 환율 조정요구가 거세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