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취임 7년째를 맞은 현 회장에게 최근 2년은 가장 힘든 시기라는 게 주변의 말이다. 현 회장은 2003년 남편인 고 정몽헌 회장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3자녀를 둔 가정주부에서 그룹 총수로 변신했다. 현 회장은 취임 후 '시숙부의 난' '시동생의 난' 등으로 불리는 경영권 분쟁에 휘말렸지만 '뚝심'으로 버텨냈다.
여기에 올 초 재무약정 체결을 놓고 채권단과 갈등을 빚게 됐다. 채권단은 그룹 총매출의 80% 정도를 차지하는 현대상선 (17,630원 ▲320 +1.85%)이 지난해 8000억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하자 현대그룹에 재무약정 체결을 요구했다. 하지만 현대그룹은 "최악의 실적을 보인 작년을 기준으로 약정을 강제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거부했다. 이에 채권단은 신규여신 중단, 만기여신 회수 등 압박을 가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는 주변의 시선을 비웃듯 현 회장은 또 한 번 승리를 얻었다. 물론 법원 결정이 현대그룹이 당면한 문제들을 모두 해소해 준 것은 아니지만 현 회장의 '뚝심'에 대한 임직원들의 기대는 커졌다고 볼 수 있다.
현 회장은 현대건설 (30,950원 ▼200 -0.64%)에서 다시 시험대에 오른다. 현대그룹이 재무약정 체결에 반발했던 이유도 곧 시작되는 현대건설 인수전 때문이다. 현대건설은 과거 현대그룹의 모태가 됐던 상징적인 회사. 현대그룹은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현대건설을 고 정몽헌 회장에게 물려준 만큼 자신에게 정통성이 있다고 강조한다. 현 회장도 2006년부터 매 신년사에서 현대건설 인수를 거론할 정도로 강한 인수 의지를 밝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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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일각에선 현대건설 인수전에서 현대차 (250,500원 ▲4,500 +1.83%) 그룹의 일방적 승리를 예상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 임직원들은 "끝까지 가봐야 안다"고 말한다. 현 회장 '뚝심'에 대한 믿음이다.
현 회장은 임원들에게 "명예회장님(고 정주영 회장)도 예전에 고난을 겪을 때마다 길이 없으면 다른 길을 찾아보고 그래도 길이 없으면 길을 새로 만들라고 했다"고 격려하고 있다고 한다. 현 회장의 행보가 주목을 받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