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은 외환은행 등 채권은행들이 취한 신규여신 중단과 만기여신 회수 등의 금융제재에서 일단 벗어나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재판장 최성준 수석부장판사)는 현대상선 등 현대그룹 계열사들이 "신규 여신 중단 등 채권단이 결의한 제재를 중단해달라"며 외환은행 등 채권은행협의회 등을 상대로 제기한 결의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는 "은행업 감독 규정은 주채권은행이 나머지 채권은행과 공동으로 제재조치를 취하는 것을 강제하거나 허용하고 있지 않다"며 "은행법 등 관련 규정으로 기업에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강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공동제재 결의는 개별 채권은행이 현대그룹의 재무구조에 대한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거래 여부나 조건을 결정할 수 없게 하는 것이므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로 금지되는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 지적했다.
이 결정에 대해 현대그룹 관계자는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의 해운경쟁력과 위상이 제고돼 글로벌 랭킹이 높아지는 계기가 될 전망"이라면서 "특히 현대건설 인수전 추진에도 한층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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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외환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현대그룹에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요구했으나 현대그룹이 이를 수용하지 않자 지난 7월 초 신규 대출을 중단키로 했다. 이어 만기도래 여신을 회수하기로 결의했다.
현대그룹은 이에 반발해 "올해 사상 최대 이익을 내고 있음에도 지난해 불황만을 근거로 현대상선을 부실기업으로 몰아 극단적인 제재를 가한 것에 납득할 수 없다"며 제재효력을 중단해달라고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냈다.
한편 현대그룹에 대한 채권단의 공동 금융제제를 중단하라는 법원 결정에 대해 현대계열 채권은행협의회는 "빠른 시일 내 채권은행협의회를 개최, 불복절차 진행 여부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채권단의 공동조치 효력을 정지시킨 이날 결정에 따라 일단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을 제외한 다른 채권은행들은 신규여신 중단과 만기여신 회수 등의 금융 제재를 걷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업 감독규정과 제도 운영에 따른 해석을 달리해 법원이 공동조치 효력을 정지시킨 것 같다"며 "개별 은행에 이를 강제할 수 없다는 것으로 각 은행이 각자 판단에 따라 현대그룹과 거래 여부를 결정하라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그룹이 법원에서 판정승을 거뒀지만, 개별 은행이 현대그룹과 거래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현대그룹이 재무구조개선약정(MOU) 체결해야 한다는 채권단의 기존 입장이 달라진 게 없는 탓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외환은행 등 채권은행을 제외한 다른 은행들이 약정을 체결하지 않는 현대그룹과 거래를 할 수 있겠냐"며 "공동조치지 효력은 정지시켰지만, 은행권과의 관계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