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황식 후보자, 총리 제의 수차례 고사한 이유는

머니투데이 양영권,김선주 기자 2010.09.16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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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9월 감사원장 후보자였던 김황식 총리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재산관련, 질문 공세를 받았다. 재산신고 내역이 11억여원으로 다른 고위공직자들에 비해 많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청문회 1년전인 2007년 난데없이 예금 재산이 6000만여원 불어난 것에 대해 추궁이 이어졌다.

이에 김 후보자는 누나 2명에게 돈을 빌려 딸의 결혼식을 치르고 남은 돈이라고 해명했다. 딸이 결혼해서 살 집을 구입하는 데 1억원을 보태게 하고, 나머지 일부로 결혼식 일부 비용을 치르고 나자 6000만여원이 남았다는 것.



청문위원들은 이자 변제 계획이 없다며 누나들한테서 사실상 증여받은 것이 아니냐고 따졌다. 그러나 질의 응답 과정에서 김 후보자의 남다른 청렴성과 도덕성이 더 주목을 받게 됐다.

김 후보자가 2007년 딸을 시집보내면서 축의금을 일절 받지 않은 사실이 알려진 것. 김 후보자는 딸의 집값으로 보탠 1억원에 대해서도 세무 당국에 증여세를 납부했다.



경조사 부조금을 받아 재산을 불리고 거액의 재산을 자녀들에게 물려주면서 세금을 피할 방법을 찾는 다른 사회 지도층 인사들과는 확연히 구별됐다. 예식장도 고급 호텔이 아닌 서울법원종합청사 후생관을 이용해 호화 결혼식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 같은 김 후보자의 청렴성과 도덕성은 청와대가 이번에 총리 후보자를 지명하는 데 결정적인 고려 대상이었다.

김 후보자는 한학자인 부친에게서 7남매의 막내로 태어났다. 위로 4명의 형과 2명의 누나를 뒀다. 형제들은 모두 의사와 고위공무원, 공무원 출신 민선 군수, 교사 등을 역임해 김 후보자의 집안은 지역에서 명망 있는 집안으로 통한다. 바로 손위 누나인 김필식 씨는 동신대 교수로 있다 올해 이 대학 총장으로 선출됐다.


김 후보자가 감사원장에 임명될 때나 여러 차례 총리 물망에 오를 때 집안에서는 극구 반대했다고 한다. 김 후보자의 집안을 잘 안다는 한 지역 인사는 "국무총리를 배출하는 것은 가문의 영광일 수 있지만 김 후보자의 집안은 권력에 큰 뜻을 두지 않는 집안"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김 후보자는 총리 내정 후 첫 인터뷰에서도 여러 차례 청와대의 제의를 고사한 사실을 공개했다. "총리직을 제안 받고 고사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라기 보다 훌륭하고 좋은 분이 총리가 되는 게 좋겠다는 충정에서 그랬다"고 답한 것이다. 그러나 김 후보자의 총리 내정이 확정되자 누나인 김필식 총장은 "기왕에 됐으니 마지막까지 박수 받는 총리가 됐으면 한다"고 덕담을 건넸다.

김 후보자는 엘리트 코스를 거친 정통 법관 출신이다. 사법연수원을 수석으로 수료하고 법원행정처 요직을 두루 거치며 사법행정 능력을 인정받았다. 독일에서 민법과 부동산 등기법을 연구하고 이를 우리나라에 적용해 부동산 등기제도의 기틀을 마련했다.

소탈한 성격의 김 후보자는 실력과 겸손함을 함께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광주지법원장 시절 직원들과 매일 e메일을 주고받았고 직원들이 이를 모아 '지산통신(芝山通信)'이란 책을 냈다. 이 책에서 그는 "실력이 친절"이라고 강조했다.

후배 법관들에게 김 후보자는 존경받은 선배로 기억되고 있다. 김 후보자의 후배로 함께 법원에서 근무한 적 있는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한상호 변호사는 "단순히 법조문에만 시각을 고정하지 않는, 사고의 균형이 잡힌 분"이라고 평가했다. 재판에만 매달린 것이 아니라 광주지법원장과 법원행정처 차장 등으로 있으면서 다양한 행정 경험을 쌓았다는 설명이다.

한편 김 후보자가 연거푸 두 번이나 자신의 생일에 고위직 공무원에 내정·임명돼 그의 독특한 관운(官運)이 화제가 되고 있다. 김 후보자는 1948년 음력 8월9일에 태어났다. 대법관으로 있던 김 후보자가 감사원장에 내정된 것은 2008년 9월8일, 음력으로 8월9일이다. 이번 국무총리 내정이 발표된 16일도 음력 8월9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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