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아르헨 원전수출'의 꿈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2010.09.16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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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아르헨 원전수출'의 꿈


지난 15일 오후, 지식경제부 출입기자들의 휴대폰에 '한-아르헨 MOU체결식 참석할 분은 미리 연락해 달라'는 내용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16일 오전 양국이 원전협력 기반 마련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고, 아르헨티나 기획부장관이 한국 기자들과 인터뷰를 한다는 내용이었다.

원전도입을 추진하는 남미 국가의 기획부장관이 이례적으로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를 원한다는 소식에 기자들의 기대감은 컸다.



이번에 방한한 데비도 기획부장관은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하나로 꼽힌다. 2003년부터 8년 째 연방기획부 장관을 맡고 있는 실세다. 그가 한국을 찾아 원전 협력을 논의한다는 것은 상당한 뉴스거리였다. 아르헨티나 축구스타 '메시'를 받고 수출금액을 좀 깎아주자는 우스개 소리까지 돌았다.

기자들과 만난 데비도 장관은 "한국의 원자력 기술을 이용해 우리가 원하는 안전한 에너지를 보장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전, 한수원과 같은 한국 회사들과 함께 협력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분위기가 좋았다.



거기까지였다. 내년 발주 예정인 경수로 원전입찰을 묻는 질문에 그는 "(수의계약이 아닌) 경쟁 입찰에 붙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미국 웨스팅하우스, 프랑스 아레바, 중국기업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경쟁하게 될 것이라는 친절한 설명도 덧붙였다.

결국, 이번 MOU가 입찰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최대한 자신들에게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쪽에 계약을 주겠다는 의미다.

원전도입을 위한 자금조달에 대한 질문에는 아예 답을 하지 않았다. 한국 기자들은 사실 아르헨티나의 자금동원 능력이 궁금했다.


최근 국제신용평가사 S&P가 아르헨티나의 외화 및 자국표시 장기채권 등급을 B로 상향조정했지만, 여전히 '투자등급'보다 5단계 아래의 '투기등급'이다. 2001년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던 아르헨티나가 또 다시 모라토리엄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도 끊이지 않는다. 아르헨티나 현 정부는 지지세력인 빈민층을 잡기 위해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는 '포퓰리즘'으로 대외적인 지적을 받고 있다.

미래 먹거리 산업인 원전 수출도 중요하지만, '무조건 팔고 보자'는 식의 접근은 위험하다. 천문학적 자금이 소요되는 원전 건설에 '셀러'의 파이낸싱(자금조달) 능력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지만, 원전을 구입할 '바이어'의 능력도 반드시 따져봐야 할 요소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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