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소금강, 천연비행장 사곶품은 넉넉한 섬 '백령도'

머니투데이 백령도=최병일 기자 2010.09.18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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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백령도로 떠나는 날 먹물을 담고 있던 하늘은 기어코 비를 쏟아부었다. 잔잔하게 항해하던 배는 2시간을 넘을 즈음 이리저리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4시간30분을 바다에서 보내고서야 백령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예전에는 무려 13시간이나 걸리던 곳. 우리나라 최서북단 섬 백령도는 북한 땅이 더 가깝다. 연안부두에서 무려 228㎞나 걸리는 거리지만 북한 장산곶과는 불과 10㎞ 뱃길로 30분도 안 걸리는 거리다.

▲백령도 바다 풍경 ▲백령도 바다 풍경


백령도는 국내에서 14번째로 큰 섬이었으나 화동과 사곶 사이를 막는 간척지 매립으로 면적이 늘어나 현재는 8번째로 큰 섬이 됐다. 인구는 군인 4000여명까지 합치면 9000여명 정도다. 백령도는 원래 곡도였지만 따오기가 마치 흰 날개를 펼치고 공중을 나는 모습처럼 생겼다고 해서 백령도로 불리게 됐다.

▲천연비행장 사곶해수욕장 ▲천연비행장 사곶해수욕장
백령도의 관문인 용기포에서 가장 먼저 만난 곳은 사곶해수욕장이다. 천연기념물 391호로 지정된 이곳은 세계에서 두 곳밖에 없는 천연 비행장이다. 비행기 이착륙이 가능한 백사장은 모래가 마치 고운 소금처럼 잘디 잘다. 규조토로 이뤄져 물기를 머금으면 콘크리트 버금갈 정도로 단단하게 움츠러든다.



백사장 길이는 3㎞. 현재는 비행장으로 쓰이고 있지 않지만 1970년에만 해도 군용으로 활용됐다고 한다. 모래는 바닷물에 닿을수록 더욱 단단해지지만 관광객들은 혹시라도 바다쪽으로 들어가면 모래에 빠질까봐 해수욕장 위쪽으로 향하다가 차를 진창에 빠뜨리곤 한다.

백령도는 심청전의 모태가 된 섬이다. 이 때문에 백령도 두무진에는 심청각이 세워져 있다. 두무진과 북한 장산곶 사이에는 심청이가 아버지 심봉사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초개처럼 던졌다는 인당수가 있다.



안타깝게도 짙은 해무로 인해 보이지 않지만 전설의 고향이 손에 닿을 만한 곳에 있다는 것이 왠지 믿어지지 않았다. 백령도 남쪽에는 심청이의 효심을 갸륵하게 여긴 옥황상제가 세상으로 내보기 위해 태워 보낸 연꽃이 걸렸다는 연봉바위가 있다고 한다.

심청각에는 판소리 심청을 다양한 명창들의 목소리로 녹음한 판본들이 전시되어 있다. 우리에게도 익히 알려진 조상현 명창을 비롯해 다양한 명창들의 소리를 들어보는 것은 색다른 체험이다. 심청은 다양한 형태로 변주됐다. 뮤지컬 심청뿐만 아니라 1985년 제작된 영화 심청전도 있다.

▲ 두무진 기암 괴석들 ▲ 두무진 기암 괴석들
심청각의 전면에는 두무진이 보인다. 백령도에서 가장 절경을 꼽으라고 하면 누구나 첫손을 치켜드는 곳이 바로 두무진이다. 두무진(頭武津)은 마치 모양이 장군의 머리 모양을 한 언덕같다고 하여 지어진 이름이다.


두무진은 억겁의 세월동안 파도가 바위를 깍아서 만든 자연의 걸작품이다. 그 모양이 마치 동해의 금강산 만물상과 비슷하다하여 일명 해금강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두무진은 유람선을 타고 주변을 둘러보는 것도 아름답고 해안 산책로를 따라 걸어가며 즐겨도 또 다른 운치가 있다.

두무진은 그 모양에 따라 선대암, 코끼리 바위, 장군바위, 형제바위 등의 기묘한 바위들이 마치 평풍처럼 늘어서 있다. 바위사이에는 물속을 몇 십 미터나 들어가 귀신같이 물고기를 물고 비상한다는 쇠가마우지들이 반들반들한 검은색 깃털을 열심히 다듬고 있다.

백령도는 북한과 최전선에 있기 때문에 불안한 섬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곤 한다. 게다가 최근에는 천안함 사건으로 인해 급격하게 관광객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실제로 찾아가본 백령도는 평화롭기 그지없었다. 백령도민의 얼굴에도 안보에 대한 불안감보다는 뭍 사람들의 오해와 편견이 더욱 고된 짐이 되어 버렸다.

남과 북이 평화롭게 공존하고 언젠가 통일을 이룬다면 그리운 얼굴들을 보고 싶다는 실향민들의 얼굴에는 깊은 고뇌가 밭이랑처럼 파여 있다.

백령도는 묘하게도 기독교사에 있어서도 중요한 지역이다. 북한에 있는 소래교회 다음으로 세워진 국내 두 번째 교회인 중화동 교회는 국내에서 두 번째로 세워진 중화동교회는 무려 113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1832년 칼 퀴츨라프라는 그리스도교 선교사가 선교활동을 하며 세운 이 교회는 연세대학교의 설립자이기도 한 언더우드 박사가 초대 당회장을 지낸 곳이기도 하다.

백령도의 또 하나의 볼거리는 남포리 콩돌해변이다. 길이 1km 해변에 마치 콩처럼 작은 돌이 가득 담겨져 있다. 맨발로 걸으면 부드러운 느낌의 자갈들이 간질간질하게 닿는 느낌이 일품이다.

돌의 색깔 또한 다양하기 그지 없다. 흰색도 있고, 갈색과 회색에 무지개색 돌까지 각양각색이다. 경사가 급하고 너울이 많아서 수영은 할 수 없지만 대신 풍광이 좋아 백령도를 찾는 이들은 누구나 한번쯤 이곳에 와서 산책을 하곤 한다.

백령도를 찾은날부터 돌아가는 날까지 비는 쉬지 않고 대지를 적셨다. 그래도 섬은 사람들을 넉넉하게 품었다. 가슴 서늘한 해풍과 고적하면서도 단아한 섬 그곳이 바로 백령도다.

▲백령도 앞바다 ▲백령도 앞바다
◆백령도 맛 거리
사곶해수욕장 부근에 위치한 사곶냉면집(032-836-0559)은 백령도에서 가장 유명한 맛집이다. 이 집에서는 백령도 특산물인 까나리액젓으로 간을 맞춘 메밀냉면과 칼국수, 그리고 백령도 향토음식인 짠지떡을 맛볼 수 있다. 찹쌀가루와 메밀가루를 섞어 만든 만두피에 다진 김치와 굴 홍합 등을 넣고 쪄낸 것이 짠지떡이다. 두무진포구에 위치한 해당화횟집(032-836-1448), 선대횟집(032-836-0755) 등은 자연산 활어회 전문점들이다.

◆백령도 교통편
- 인천↔백령도/ 인천 연안부두에서 청해진해운(032-889-7800, www.cmcline.co.kr)의 데모크라시5호, 우리고속훼리(032-887-2891, www.urief.co.kr)의 마린브릿지호와 프린세스호가 각각 1일 1회씩 총 3회 왕복 운항한다. 인천에서는 08:00 08:50 13:00, 백령도에서는 08:00 13:00 13:50에 출항하며, 백령도까지는 4시간이 소요된다. 연안여객선 인터넷예매사이트(www.seomticket.co.kr)에서 선표 예매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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