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간 이사회..신상훈 '돌아올 것" 라응찬 '묵묵부답'

머니투데이 오상헌, 김지민, 김한솔 기자 2010.09.14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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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운명의 이사회, 14일 신한지주 본점에선···

14일 신한은행 태평로 본점은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시종 팽팽한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의 거취를 결정하기 위해 이날 오후 2시에 열린 긴급 이사회는 5시간의 마라톤 회의 끝에 저녁 7시가 넘어서야 마무리 됐다. 12명의 사외이사 중 10명이 찬성표를, 1명이 반대표를 던졌고 1명은 기권해 신 사장의 직무를 정지하는 것으로 결론났다.

◇신상훈 애써 '태연', 라응찬 '묵묵부답'= 이사회를 마친 라응찬 회장은 곧바로 은행 본점을 빠져나갔다.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1층 로비에 나타난 라 회장은 수십 명의 취재진에 에워 쌓여 질문 공세를 받았다. 하지만 굳게 닫힌 입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라 회장에 앞서 은행 본점을 나선 정행남 사외이사와 필립 아기니에 BNP파리바 아시아본부장도 무거운 표정으로 입을 닫은 채 본점을 나섰다. 전성빈 이사회 의장, 사외이사인 김요구 삼양물산 대표, 김병일 한국 국학진흥원장과 비상근이사인 류시열 법무법인 세종 고문도 마찬가지였다.

이어 모습을 드러낸 신 사장은 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취재진의 질문에 답했다. 애써 담담한 표정이었지만 이사회 결과에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답변 중간 중간 눈시울을 붉힌 신 사장은 "서운한 점은 있지만 이사들이 결정한 사항이고 이사회 의견을 존중한다"며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직무정지가 풀리면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백순 신한은행장은 끝내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신한銀 노사 '피켓시위' 실랑이= 이날 신한은행 본점에는 이사회를 전후해 100여 명의 국내외 취재진이 몰렸다. 은행 측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1층 로비와 이사회가 열린 본점 16층, 각층 비상구에 청경 수십 명을 배치했다. 취재진과 임직원들의 16층 진입을 막기 위해 엘리베이터는 물론 계단 출입구까지 봉쇄됐다.

17층에 있는 노동조합 사무실도 한 때 혼란스러웠다. 노조는 이날 오전 본점 1층에서 경영진의 책임을 요구하는 피켓 시위를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사측이 인사부 직원과 보안 요원들을 동원해 노조 사무실을 둘러싸자 양측 사이에 격렬한 몸싸움과 함께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결국 노조는 피켓 시위를 포기했다.

김국환 노조위원장은 "사측에서 피켓시위 움직임을 사전에 감지하고 노조사무실 통로와 엘리베이터를 전부 봉쇄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웨이 어디로, 착잡한 신한맨= 신한은행 본점 직원들은 하루 종일 착잡한 심정으로 업무에 임했다. 일부 직원들은 본점 식당과 휴게실 등에 삼삼오오 모여 '신한 사태'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일부 직원들은 이사회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퇴근도 미룬 채 1층 로비에서 상황을 지켜봤다.

본점 20층 야외 휴게실에서 만난 한 직원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이번 사태로 모두에게 상처가 남게 됐다"면서도 "하루 빨리 흐트러진 조직을 추슬러 신한은행의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신한지주의 한 계열사 사장도 "과거 신한은행이 위기 때 마다 상황을 잘 극복했던 것처럼 이번 사태도 슬기롭게 헤쳐 갈 것으로 믿는다"며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신한이 최고의 금융그룹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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