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훈 애써 '태연', 라응찬 '묵묵부답'= 이사회를 마친 라응찬 회장은 곧바로 은행 본점을 빠져나갔다.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1층 로비에 나타난 라 회장은 수십 명의 취재진에 에워 쌓여 질문 공세를 받았다. 하지만 굳게 닫힌 입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이어 모습을 드러낸 신 사장은 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취재진의 질문에 답했다. 애써 담담한 표정이었지만 이사회 결과에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답변 중간 중간 눈시울을 붉힌 신 사장은 "서운한 점은 있지만 이사들이 결정한 사항이고 이사회 의견을 존중한다"며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직무정지가 풀리면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백순 신한은행장은 끝내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17층에 있는 노동조합 사무실도 한 때 혼란스러웠다. 노조는 이날 오전 본점 1층에서 경영진의 책임을 요구하는 피켓 시위를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사측이 인사부 직원과 보안 요원들을 동원해 노조 사무실을 둘러싸자 양측 사이에 격렬한 몸싸움과 함께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결국 노조는 피켓 시위를 포기했다.
김국환 노조위원장은 "사측에서 피켓시위 움직임을 사전에 감지하고 노조사무실 통로와 엘리베이터를 전부 봉쇄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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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웨이 어디로, 착잡한 신한맨= 신한은행 본점 직원들은 하루 종일 착잡한 심정으로 업무에 임했다. 일부 직원들은 본점 식당과 휴게실 등에 삼삼오오 모여 '신한 사태'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일부 직원들은 이사회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퇴근도 미룬 채 1층 로비에서 상황을 지켜봤다.
본점 20층 야외 휴게실에서 만난 한 직원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이번 사태로 모두에게 상처가 남게 됐다"면서도 "하루 빨리 흐트러진 조직을 추슬러 신한은행의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신한지주의 한 계열사 사장도 "과거 신한은행이 위기 때 마다 상황을 잘 극복했던 것처럼 이번 사태도 슬기롭게 헤쳐 갈 것으로 믿는다"며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신한이 최고의 금융그룹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