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파국으로 끝난 羅-申의 '30년 형제애'

머니투데이 김지민 기자 2010.09.14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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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창립 당시 '상무-대리' 관계서 '회장-사장' 우정 지켰지만…

굴지의 금융회사를 일궈 온 두 사나이의 30년 우정에 결국 금이 갔다.

라응찬 신한금융 회장은 14일 신한금융을 함께 일궈온 신상훈 사장의 해임을 논의하기 위한 이사회에서 얼굴을 마주하게 됐다. 정확히 28년 전만해도 신한은행 창립을 위해 젊음을 불사르자며 손잡았던 두 사람이었다.

농업은행(농협)과 대구은행, 제일투자금융을 거쳐 신한은행을 창립한 라 회장은 신한은행 창립 당시 상무로 들어와 산업은행 출신인 신 사장과 만났다.



이 둘의 만남에는 학연이나 지연 그 어떤 연고도 개입되지 않았다. 라 회장은 신 사장에게 파격인사를 통해 무한한 신뢰를 보내줬다. 산업은행에서 대리를 지내던 당시 35살의 신 사장을 비서실장 없는 비서실에서 과장으로 발령을 냈고 39살에 영동의 석유공사 지점장에 앉혔다.

물론 이를 지켜보는 주위 사람들이 가만히 있지 않았다. 주변에선 '호남출신이라서', '너무 젋은 나이라서'라는 등의 이유를 들먹이며 신 사장의 탄탄대로를 차단하려 했지만 그 때마다 라 회장이 든든한 방패막이 돼줬다. 신 사장 본인도 아직도 "왜 그렇게 날 챙겨주신 것인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 속에서 신 사장은 라 회장에 대한 존경과 믿음을 키워갔고 둘은 신한금융을 굴지의 금융회사로 만들어 갔다.

라 회장은 1991년 신한은행장에 오른 이후 3회 연임을 하면서 1인자의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신 사장은 줄곧 라 회장의 곁을 지켰다. 2003년 라 행장의 뒤를 잇는 행장으로, 2009년 지주사 사장으로 라 회장의 신임을 한 몸에 받는 듯 했다.

하지만 라 회장의 금융실명제법 위반 의혹이 불거지면서 파멸의 전주곡은 시작됐다. 라 회장 측에선 의혹 제공의 씨앗이 신 사장 쪽에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됐고 결국 이것이 검찰 고소까지 이어졌다는 것이 금융계 안팎의 분석이다.


이날 이사회는 신 사장에 대해 직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12명의 이사 가운데 라 회장을 포함한 10명이 신 사장의 직무정지에 찬성표를 던졌다.

신 사장은 이사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직무정지는 풀리면 돌아올 수 있다. 이사회에 충분히 설명했고 자세한 내용은 검찰에서 밝힐 것"이라고 말하면서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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