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신한은행 사건 금조부 배당 '왜?'

머니투데이 김익태·류철호 기자 2010.09.13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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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경영진 난투전 변모시 정치권등 확전 가능성..이사회 분수령

 신한금융 화약고가 폭발할 것인가. 그 향방은 14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갈릴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사회를 기점으로 신한금융 사태가 최고경영진들의 난투전으로 변모할 경우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 고소사건 수사를 그동안의 관행을 깨고 금융조세조사부에 맡긴 것도 이 사건이 갖는 폭발력을 감안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통상적인 고소사건의 경우 형사부에서 담당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검찰은 이번 사건을 금융조세조사3부(부장검사 이중희)에 배당했다. 이번 사건이 신한금융 내부 분쟁에 그치지 않고 정치권 등 외부로 확대될 가능성조차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2003년 4월 탄생한 금조부는 그동안 검찰 안팎에서 '경제검찰'로 불리며 경제사건 수사를 총괄해온 부서로 사회적 관심도가 높은 거물급 인사 등이 연루된 배임·횡령범죄나 주가조작 등 굵직한 사건들을 주로 다루고 있다.

'박연차게이트' 수사를 지휘하다 검찰을 떠난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초대 금조부장을 맡은 바 있으며 이 전 중수부장은 당시 'SK그룹 분식회계' 사건을 수사해 '재계의 저승사자'란 별칭을 얻기도 했다.



이번에 신 사장 고소사건 수사를 맡은 금조3부는 지난해 1월 신설됐으며 금융·증권·조세사건 등 다양한 기업·금융권 범죄들을 처리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검찰이 이번에 원칙을 깨면서까지 일반적인 고소사건을 금조부에 맡긴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이 국내 금융계의 거물급 인사들이 연루된 사건인데다 배임 액수가 거액이고 사안이 복잡한 점 등을 감안해 보다 전문성이 있는 금조부에 사건을 맡긴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검찰은 이번 사건이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이백순 신한은행장, 그리고 신 사장간의 권력다툼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향후 수사 과정에서 '핑퐁'식으로 추가 의혹들이 줄줄이 쏟아져 나올 가능성에 대비해야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굴지의 금융지주사 1, 2, 3인자 간 다툼인 만큼 검찰 수사테이블에 어떤 의혹들이 올라올지 예단할 수 없는데다 과거 '박연차게이트' 수사 당시 무혐의 결론이 난 라 회장의 차명계좌 의혹에 대한 재수사 요구까지 빗발치고 있는 상황인 점을 감안할 때 수사가 어느 선까지 확대될지 속단할 수 없어서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이번 수사에 검찰 내 베테랑 검사들을 대거 투입해 하반기 사정수사의 강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검찰의 대표적인 엘리트 조직인 금조부에 사건을 맡겼다는 것은 사건을 보다 면밀하고 꼼꼼하게 들여다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며 "사건의 비중만 놓고 보면 금조부에 배당한 것이 이상한 일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신한은행 측이 신 사장 등 7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의 혐의로 고소한 일반 고소사건으로 원래는 형사부에 배당하는 게 맞지만 보다 명확하게 배임·횡령 과정 등을 살펴보기 위해 보다 전문성 있는 금조부에 사건을 배당했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 측은 신 사장이 신한은행장 재직 시절 종합레저업체인 K사와 관계사 등 3개 업체에 430여억원을 부실 대출해주는 과정에 관여하고 이희건 명예회장(신한은행 창업주)에게 지급될 고문료 15억원을 횡령했다며 고소해놓은 상태이다.



검찰은 지난 7일과 8일 고소인 자격으로 신한은행 지배인 이모씨를 소환해 고소 취지와 경위 등을 확인하고 신 사장의 혐의를 입증할 추가 증거자료를 제출받아 검토하고 있으며 조만간 신 사장과 이백순 신한은행장 등을 불러 정확한 사실관계를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이백순 신한은행장은 최근 신 사장이 사퇴하면 고소를 취하할 수도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신한금융지주가 라 회장의 금융실명제법 위반 여부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검사 직전 보존연한이 지난 거래 관련 자료를 폐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한지주 측은 보존연한이 지난 자료의 일상적인 폐기였다는 입장이지만, 금감원은 사실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라 회장의 실명제법 위반 여부에 대한 검사가 이뤄지기 직전 신한지주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을 확인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신한지주가 라 회장의 실명제법 위반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자료를 폐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보내고 있다.



신한지주 측은 그러나 "예전에는 전표, 장표를 지하에 보관했지만 은행 규모가 커지면서 이를 감당할 수 없게 됐다"며 "보존연한이 지난 자료는 일 년에도 몇 번씩 폐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폐기된 자료는 스캔해 파일 상태로 보관한다"며 증거인멸 의혹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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