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지주 이사회 '폭풍전야'..안건부터 동상이몽

머니투데이 신수영 기자, 정진우 기자 2010.09.12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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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산있다" 해임강행엔 "라회장 수사땐 왜안했나" 반격 가능성

신한금융 사태 조기 수습을 위한 이사회가 14일 오후 2시 열린다. 라응찬 회장 등은 지난 10일 일본 나고야에서 일본 주주들에게 "사태를 조기 수습하겠다"고 약속한 뒤 14일로 이사회 일정을 잡았다. 그러나 현 사태를 어떻게 수습해나갈지, 즉 이사회에서 어떤 안건을 올려놓고 논의할지도 분명치 않아 조기 수습이 가능할 지 여전히 미지수이다.

신한지주 이사회 '폭풍전야'..안건부터 동상이몽


신한지주 측은 14일 이사회와 관련, '대표이사 사장과 관련된 현 상황의 처리에 관한 사항을 논의한다'라고 밝혔을 뿐 이사회 안건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국내 사외이사들도 '협의체인 이사회에서 논의 후 결정할 것'이라는 답변을 내놓고 있다. 어떤 안건을 논의할 지를 이사회에서 논의하겠다는 얘기다.



◇조기 수습 방안에 대한 동상이몽=신한지주 측은 "비리 혐의에 연루된 신 사장이 정상적으로 업무에 임할 수 없다"며 해임안을 상정해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신 사장 해임으로 이번 사태를 조기 수습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신 사장 측은 "주주총회에서 선출된 지주회사 사장을 자회사인 은행장이 일방적 주장만을 근거로 고소했다"며 검찰기소 전 해임 의결은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라-신-이 등 당사자 3인이 일단 한발 물러서 협의체를 구성하고 비상대책기구를 꾸려 사태를 조기 수습하는 방안을 이사회가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건부터 의견 충돌 가능성=현재 조직 지휘권을 쥐고 있는 라 회장과 이 행장측은 이미 대세가 결정돼 있다고 보고 있다. 일본을 방문하며 주주와 사외이사 설득 작업에 성과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신한지주는 지난 10일에도 신한지주 고위 임원을 홍콩에 급파, 단일주주로는 최대 주주인 BNP파리바 몫의 사외이사인 필립 아기니에 BNP파리바 아시아 리테일부문 본부장을 설득했고 다녀온 후 "분위기가 좋았다"고 전했다.

해임안 상정 및 가결을 강행할 경우 '과반수 참석에 과반수 찬성'이 관건이다. 12명 이사 전원이 참석한다고 볼 때 해임 안이 통과하려면 7명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이럴 경우 라-신-이 등 3인의 표결 참여 여부도 변수다. 이사회 규정에 따르면 안건의 이해관계자는 의결권을 갖지 못하게 돼 있는데 신 사장이 1차 제한 대상이 될 수 있고 라 회장과 이 행장도 당사자에 포함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신 사장 측은 법률 자문을 거쳐 "신 사장의 의결권만 배제하고 이사회 해임결의를 강행한다면 중대한 절차상의 하자로 이사회 결의 무효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신한금융측은 신사장의 의결권을 배제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라-신-이 등 3인의 표가 배제된 상황에서 재일교포 주주들이 신 사장 지지로 행동을 통일한다면 나머지 사외이사 4명의 표를 모두 얻어도 해임안 통과는 어렵게 된다.

한편 지주 측이 직무정지 안을 상정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신 사장 측은 해임이든 직무정지 든 무죄추정 원칙에 위배된다는 입장이다.

이사회도 라 회장이 50억원 차명계좌로 검찰 수사를 받을 때 해임 또는 직무정지를 논의하지 않은 전례에 비추어 신 사장 처리와 형평성을 맞춰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신 사장측이 이를 근거로 반격할 가능성이 있다.

◇결론 없는 장기전?=이사회 안건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되든 일본 주주를 대표하는 사외이사 4명의 의견은 중요하다. 일본 주주들은 나고야에서 이번 사태를 '이사회에 일임'키로 했다고 하지만 조기에 사태를 수습하고 신한지주의 발전을 꾀하자는 의미의 일임이지 라 회장 입장을 지지한 것은 아니란 분석이다.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한 신한그룹 5개 노조는 '검찰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해임이나 직무정지 반대'라는 기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사들 간 의견이 엇갈리면서 조기에 결론을 내지 못할 경우, 수차례 이사회가 개최되며 장기전에 돌입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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