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속전기차(NEV) '피기 전에 지나'

머니투데이 김보형 기자 2010.09.13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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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수준·시장성 떨어진다는 지적, 도태론도…업계선 '세컨드카'로 경쟁력 있다

↑현대차가 국내 처음으로 개발한 고속전기차 '블루온'↑현대차가 국내 처음으로 개발한 고속전기차 '블루온'


국내 첫 고속전기차가 선보이고 정부도 전기차 보급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키로 하는 등 전기차 르네상스 시대가 열리고 있지만 정작 전기차의 한 축인 저속전기차 업체들의 표정은 어둡다.

저속전기차 도로주행이 허용된 지 5개월이 지났지만 지원안이 마련되지 않으면서 판매 실적은 지방자치단체가 구매한 60여대가 전부다. 개인구매는 단 한대도 없는 실정이다.



여기에 실용성이 낮은 저속전기차를 건너뛰고 바로 고속전기차로 넘어가야 한다는 '저속전기차 도태론'까지 나오고 있어 CT&T (0원 %)AD모터스 (0원 %) 등 저속전기차 업체들을 더욱 움츠리게 하고 있다.

◇ 저속전기차는 중간단계…시장성 낮다
저속전기차는 고속전기차 기술이 모자랄 때 거치는 중간단계일 뿐 시장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저속전기차는 최고속도가 시속 60Km안팎이고 최대운행거리도 100Km 남짓으로 최근 공개된 고속전기차(최고속도 130Km/h, 최대운행거리 140Km)와 같이 석유엔진차를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국내 저속전기차 업체인 CT&T가 개발한 '이(e) 존' 저속전기차↑국내 저속전기차 업체인 CT&T가 개발한 '이(e) 존' 저속전기차
김기찬 카톨릭대 경영학과 교수는 "저속전기차는 고속전기차를 못 만들 때 한시적인 대안으로 주목받았던 측면이 강하다"면서 "근거리 이동만을 위해 1500만원짜리 저속전기차를 살 사람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회의감을 드러냈다.



또 대부분의 인구가 도심에 몰려있는 국내 특성상 저속전기차는 교통정체를 유발하거나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 관련 부대비용을 증가시킬 우려가 크다.

김 교수는 "저속전기차가 한밤중에 시속 50~60Km로 도로를 주행하다가는 대형 교통사고가 날 위험성이 높다"면서 "여기에 저속전기차 도로 확보 등 많은 비용이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시장성이 떨어지는 국내 보다는 해외시장을 적극 개척하라고 충고한다. 근거리 교통망이 필요한 미국이나 환경문제를 이유로 국가적으로 전기차에 높은 관심을 쏟고 있는 중국시장을 공략하면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주력산업팀장은 "국내에서는 저속전기차가 설 땅이 좁다"면서 "CT&T가 휘발유 가격이 비싼 미국 하와이에 전기차 공장을 건립하겠다고 밝힌 것처럼 해외진출을 준비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저속전기차는 세컨드카…중소기업 육성 도움
저속전기차(NEV, Neighborhood Electric Vehicle)는 말 그대로 근거리를 이동하는 차다. 교외로 나가기 위한 차가 아니다. 전기차 보급이 활발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링컨시의 경우 상당수 주민들이 '세컨드카'인 전기차로 시내 안을 이동한다.

저속전기차 업체인 CT&T 관계자는 "저속전기차는 기존 자동차의 대체제가 아니라 보완재적인 성격의 차"라며 "충전 등 관련 인프라만 갖춰지면 국내에서도 충분히 시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기차의 장점중 하나인 유지비는 이미 전기차를 구입해 활용하고 있는 지자체에서도 만족하고 있다. 저속 전기차를 구입해 활용하고 있는 한 지차체 관계자는 "1Km를 주행하는데 충전비용은 20원 정도로 일반 가솔린차의 5분의 1도 안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저속전기차 개발기업 대부분이 소규모 업체들 인만큼 중소기업 육성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한 두 곳의 대기업이 주도하는 것 보다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시에 전기차를 개발하는 게 산업적인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면서 "중소 전기차 업체가 있어야 인버터나 감속기 등 전기차에 들어가는 주요부품을 개발하는 소기업들도 시장에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들은 고속전기차와 함께 저속전기차에 대한 지원도 병행하고 있다. 2015년까지 전기차 100만대 보급계획을 세우고 있는 미국은 저속전기차에도 2500달러(약300만원) 한도 내에서 보조금을 준다.

일본은 정부와 지자체보조금을 합쳐 최대 77만엔(1069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한다. 납축전지보다 성능이 우수한 리튬폴리머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의 가격은 214만9000엔(2986만원)에 이르지만 보조금을 지원받을 경우 가격은 1900만원대까지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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