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맨 "회장·사장·행장님, 일만한 우린 뭡니까?"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10.09.10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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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사태 장기화, 열심히 일만 한 신한맨들의 이유있는 이의제기

"이게 말이나 됩니까. 열심히 일만 한 직원들은 뭐가 됩니까.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참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나서서 빨리 해결해야 합니다."(신한은행 A영업점 지점장)

10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신한은행 본점에서 만난 한 지점장 얘기다. 그는 이날 본점에서 열린 '9월 전국 부서장 회의'에 참석한 뒤 "회의 분위기가 어수선했다"며 "사태가 정말 심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지점장들도 불안한 눈길을 보내긴 마찬가지였다. B영업점 지점장은 "(다른 지점장들과) 직원들이 불안해 한다는 이야길 많이 했다"며 "모이기만 하면 앞으로 어떻게 될까 걱정하는 직원들이 많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신한금융그룹(신한지주 (47,150원 ▼500 -1.05%)) 사태가 발생한 지 1주일이 넘었지만 아직 해결의 실마리가 마련되지 않아 직원들의 불만과 불안이 높아지고 있다. 라응찬 회장과 신상훈 사장, 이백순 행장이 재일교포 주주들의 호출을 받고 '나고야 청문회(간친회)'에 불려가서 '모든 결정을 이사회에서 한다'는 원칙을 받아왔지만 아직도 가야할 길은 멀기만 하다.



공이 일단 이사회로 넘어왔지만 이사회 일정과 안건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당초 지난 9일 일본 나고야에서 열렸던 설명회 이후 이번 사태 수습책이 나올 것으로 관측됐지만, 라 회장과 신 사장 측의 입장차만 확인했을 뿐이다.

이런 가운데 그룹 안팎에선 내부적으로 움직여야 할 때가 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행장 등 고위 임원이나 본부장, 지점장들이 적극 나서 사태 수습을 위한 액션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멀뚱히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다간 직원들의 동요는 물론 고객들의 불안감이 더해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현재 은행 내에는 권점주 부행장을 위원장으로 한 '대책위원회(가칭)'가 있긴 하다. 부행장과 전무 등 고위 관계자들의 의견을 모으는 곳이지만 너무 조용하다는 지적이다. 눈치를 살피느라 임직원들의 의견을 제대로 모으지도 못하고 대안도 제시하는 데 미흡하다는 것이다.


본부장이나 지점장급들도 적극적으로 나서 사태가 조기에 수습될 수 있도록 역할을 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당초 일부 지점장들 사이에서 성명서 발표나 집단 의견 표명이 있을 것으로 알려졌지만 관망세로 돌아섰다는 분위기다.

C영업점 지점장은 "일부 지점장들 사이에서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자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며 "다수의 지점장들은 그럴 경우 편 가르기 등 오히려 문제만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보면서 고객들을 안심시키고 영업에 매진해야 한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일각에선 신한은행 퇴직 직원들의 모임인 신한동우회에서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신한 출신 원로 금융인들이 나서 사태 조기 수습을 위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

신한은행 관계자는 "신한동우회에는 아무래도 라 회장과 신 사장을 잘 아는 분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이번 문제 해결에 누구보다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사안이 사안이니만큼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회장과 사장에 대해 각각 금감원 조사와 검찰 조사가 이뤄지고 있지만 조직의 안정을 위해선 신한 내부 사람들이 움직여줘야 할 것"이라며 "자기 조직의 문제인데 다른 사람들한테 의지하는 것은 조직의 미래를 놓고 봤을 때 독립성을 잃는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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