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금호아시아나의 금요일이 특별한 이유

머니투데이 서명훈 기자 2010.09.09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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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님, 분홍색 셔츠가 참 잘 어울리시네요.”
“김 과장, 사복 입으니까 10년은 젊어 보이네.”

지난 3일 서울 신문로에 위치한 금호아시아나 (10,410원 ▲10 +0.10%)그룹 사옥에서 오간 대화다. 이날 금호아시아나그룹 사옥에는 정장을 입은 사람이 1명도 없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9월부터 매주 금요일에는 사복을 입도록 방침을 정했기 때문. 사복 착용은 금호아시아나그룹 창립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금호아시아나가 사복 착용을 결정한 것은 침체된 분위기를 바꾸고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다. 자유로운 복장으로 분위기를 바꾸는 계기도 만들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솟아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금호아시아나는 지난해 말 기업재무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에 돌입하면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진행됐고 이 때문에 그룹 전체 분위기도 다소 침체됐던 것이 사실이다.



실험은 일단 성공적이다. 부하직원들은 상사의 낯선 모습에 색다른 느낌을 받았고 직장 상사들 역시 부하 직원들이 내뿜는 생동감에 덩달아 젊어진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회의 분위기도 한결 부드러워졌다. 이 때문에 일부 직원들은 사복 입는 날을 좀 더 확대하자는 의견도 내놨다.

물론 사복 착용을 모두 반기는 건 아니다. 마땅한 사복이 없는 일부 직원들은 당장 옷값만 더 들게 생겼다며 울상을 짓기도 한다. 흡사 교복 자율화가 시행된 직후 교실 풍경과 별반 다르지 않다.



금호아시아나가 이런 변화를 시도한 것은 위기를 어느 정도 극복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계열사들 상당수가 위기를 극복하고 정상화의 길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력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은 올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금호타이어 역시 생산량이 예전 수준을 회복하면서 2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금호산업도 베트남을 비롯해 아랍에미리트(UAE) 등 해외에서 공사를 잇달아 따내고 있다.

올해로 예순 넷이 된 금호아시아나가 내년 이맘때에는 굳이 사복이 필요치 않을 정도로 활력이 넘치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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