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역세권, 땅값 8조 포기해야 삽니다"

머니투데이 이군호 기자 2010.09.17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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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컨설턴츠 정동섭 아시아퍼시픽 대표, 코레일 직접 시행통해 땅값문제 해소

"용산역세권, 땅값 8조 포기해야 삽니다"


"8조원에 달하는 땅값이 용산역세권을 좌초 위기로 몰아넣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용산역세권이 진정한 국가적인 랜드마크로 되려면 정부가 땅값 8조원을 과감히 포기하고 새롭게 사업 구조를 짜야 합니다."

용산역세권 개발 초기 개발전략 수립에 관여했던 세계적 부동산개발 전략회사인 토마스컨설턴츠의 정동섭 아시아퍼시픽 대표는 국토해양부와 코레일을 향해 이처럼 쓴소리를 내뱉었다.



정 대표가 제안하는 용산역세권 정상화 방안은 땅주인인 코레일이 사업주로서 전면에 나서는 것. 즉 코레일이 사업주가 돼 단지 조성과 랜드마크빌딩과 같은 앵커시설 건설을 주도하고 이를 통해 가치가 상승한 부지를 쪼개 용산역세권이라는 세계적인 사이트(입지)를 원하는 기업에 매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의 제안은 현행 용산역세권의 경우 민간사업자가 8조원에 달하는 땅값을 내야만 개발이 가능한 구조 하에서는 정상 추진이 불가능하다는 확신에서 나왔다.



건설투자자의 지급보증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고 금융기관들이 보수적인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행태를 유지하고 있는 한 땅값 8조원을 조달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민간사업자가 땅값을 납부하지 못하면 어차피 사업협약이 해지되기는 마찬가지기 때문에 아예 지금 사업구조를 전면 개편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땅 주인인 코레일이 사업주로 나서면 땅값이 사실상 제로여서 사업성이 높아지고 PF 대출이 원활해진다"며 "코레일 입장에서는 사업기간이 길어지고 초기 투자비가 부담이 될 수 있겠지만 땅 가치가 그만큼 상승해 랜드마크빌딩 및 부지 매각으로 오히려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다만 전제조건으로 국토부가 8조원의 땅값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코레일 입장에서 땅값 포기를 선언할 수 없기 때문에 주무부처인 국토부가 이를 용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에는 30개 민간기업이 참여하고 있지만 다른 대기업들도 용산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며 "부산시의 부산센텀시티, 서울시의 상암DMC 개발사업 등도 땅주인이 개발을 주도해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통합개발의 희생양이 된 서부이촌동 주민 문제가 갈등없이 해결돼야 할 것이라고 전제했다. 그는 "서부이촌동 주민들은 도시개발구역 지정으로 이미 유무형의 손해를 보고 있다"며 "새로운 사업구조로 재편될 경우 주민들의 피해와 반발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부나 지자체가 주민들을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해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1979년 캐나다 밴쿠버에서 설립된 토마스컨설턴츠는 세계 최대 쇼핑몰인 '두바이 몰오브더에미레이트'와 '웨스트에드먼턴몰', 2010 동계올림픽 개최지 '캐나다 휘슬러리조트', '용산역세권' 등의 개발전략을 수립했다. 정 대표는 미국에서 건축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귀국 뒤 인천 송도 프로젝트, ㈜센텀시티, 상암DMC, 알펜시아리조트 등의 개발전략 수립을 주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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