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르는 '현대건설 인수전' 누가 승자되나

머니투데이 서명훈 기자, 기성훈 기자 2010.09.06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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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력 현대차그룹 '우세'… 비계량평가 항목·재무적 투자자 '변수' 남아

현대건설의 매각공고가 오는 24일로 예정되면서 이미 인수 의향을 표명한 현대자동차 (250,500원 ▲4,500 +1.83%)와 현대그룹간 한판 승부도 임박했다. 채권단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기준 등을 공개하지 않아 우세를 저울질하기는 이르다. 다만 두 그룹이 막판까지 양보없는 싸움을 벌일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자금동원력은 현대차그룹 '우세'= 자금동원력만 놓고 본다면 현대차그룹이 우세한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이 당초 재계의 예상과 달리 독자 인수로 가닥을 잡은 것도 이 때문이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 (30,950원 ▼200 -0.64%) 인수를 위해 현대중공업 (198,300원 ▲7,300 +3.82%) 등 다른 형제 그룹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었다.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지난 6월말 현재 4조6000억원이 넘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223,500원 ▲500 +0.22%)가 1조4363억원으로 가장 많고, 다음은 △현대차 1조3170억원 △현대캐피탈 9159억원 △기아차 (105,600원 ▲2,100 +2.03%) 7850억원 △현대엠코 1827억원 등이다. 현대건설의 예상 매각 가격이 3조~4조원 사이임을 감안하면 단독 인수에 큰 무리가 없는 셈이다.

이들 계열사의 신용등급도 높아 외부조달에도 큰 어려움이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와 현대캐피탈의 신용등급은 'AA+'로 한국전력 등 공기업보다 한 단계 낮은 수준이다. 기아차와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은 그 바로 밑인 'AA'여서 언제든지 외부 자금조달에 나설 수 있다.



물론 현대차 그룹이 모든 자금을 현대건설을 인수하는데 투자하기는 어렵다. 현대차의 경우 오는 11월에 브라질공장을 착공하고 중국 제3공장도 준비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이들 공장 건설에 필요한 자금 규모는 20억달러(약 2400억원)에 불과해 큰 변수가 되기는 어렵다.

반면 현대그룹은 약 1조원 규모의 실탄을 확보해 놓고 있다. 지난 6월말 현재 현대상선 (17,630원 ▲320 +1.85%)이 7312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고 현대증권 (7,370원 ▲10 +0.1%)이 1750억원, 현대엘리베이터 746억원, 현대로지엠 509억원 등 총 1조317억원을 내부에서 조달할 수 있다.

◇비재무 평가항목이 '변수'= 문제는 우선협상대상자 평가기준이다. 채권단이 자금회수 극대화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 인수가격에 가장 큰 배점을 둘 가능성이 크며, 이 경우 현대차가 유리해 질 수 있다. 하지만 과거 도덕성 등 비계량적 요소도 높은 비중을 차지한 사례가 있어 예단하기 힘들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과거 대우조선해양이나 대우건설 인수전 때도 도덕성 등 비계량적 요소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며 "현대차그룹의 경우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처벌을 받은 사례가 있어 감점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2006년 대우건설 인수전 당시 모기업의 경우 도덕성 분야에서 감점이 예상되면서 입찰을 포기했다. 10점 정도 감점이 될 경우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인수 가격을 약 5000억원 높게 제시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이미 사면을 받은 상황이어서 감점 요인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무적 투자자 참여 여부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대그룹은 부족한 자금력을 보완하기 위해 재무적 투자자를 찾고 있다. 현대그룹이 자금동원력이 우수한 재무적 투자자를 찾는데 성공한다면 현대건설 인수전은 또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현대건설 인수의 당위성 역시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현대차그룹은 장자인 정몽구 회장이 현대그룹의 모태가 됐던 현대건설을 인수하는 것이 정통성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현대그룹은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현대건설을 고 정몽헌 회장(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남편)에게 물려준 만큼 자신에게 정통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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