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지점 안으로 들어가자 이른 아침부터 고객들이 많았다. 주로 예금을 하러 온 사람들. 그런데 본국으로부터 날아온 날벼락 같은 소식 탓일까. 지점 분위기는 온통 침울했다.
↑ 일본 도쿄 미나토구에 위치한 시로야마 트러스트 타워. 이 빌딩 9층에 SBJ 본점과 도쿄지점이 자리하고 있다.ⓒ정진우 기자
↑ SBJ 도쿄 지점 내부.ⓒ정진우 기자
신한은행이 100% 출자한 SBJ의 직원들이 충격에 빠진 것은 모회사 경영진들의 안 좋은 소식이 연달아 전해진 이유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SBJ 설립의 산파역할을 했던 신상훈 사장이 해임될 지도 모른다는 뉴스 때문이었다.
신 사장은 모두가 안된다고 생각했던 신한은행 일본 현지법인을 성공적으로 출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한은행 오사카 지점장을 지낸 신 사장이 폭넓은 일본계 인맥을 활용, 발품을 팔아가는 노력으로 아시아계 은행으로선 처음으로 현지법인화를 이뤘다는 얘기다.
이 시각 인기 뉴스
SBJ가 설립되기 전까지 일본에서 현지법인 승낙을 받은 외국계 은행은 미국 씨티은행 뿐이었다. 수 십 개에 달하는 세계 유수의 외국계 은행들이 현지법인화 작업을 추진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그만큼 은행 설립 절차가 까다롭다. 직원들이 신 사장 소식을 더욱 안타까워하는 이유다.
↑ SBJ 도쿄지점 내부.ⓒ정진우 기자
현지 노하우를 바탕으로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 설립 6개월 만에 3198억 엔으로 수신고를 늘렸다. SBJ의 예금 실적은 해외점포 시절과 비교하면 더욱 돋보인다. 2004년 477억 엔에서 2006년 509억 엔, 2008년 759억 엔에 불과했던 예금 실적을 현지법인 설립 6개월 만에 3000억 엔 이상으로 늘린 것이다.
SBJ는 현재 도쿄와 오사카 등에 본점을 비롯해 총 6개 지점을 오픈, 150명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1년 새 지점이 3곳이나 더 늘었다. SBJ는 앞으로 지점을 더욱 늘릴 예정이다.
SBJ 관계자는 "앞으로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직원들은 이번 일이 하루빨리 마무리되길 바라고 있다"며 "그동안 힘든 고비를 슬기롭게 극복하며 오늘의 신한은행이 된 것처럼 이번 일도 잘 해결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