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 신상훈사장 고소, 차도살인(借刀殺人)의 계?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2010.09.02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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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0억 부당대출 혐의… 은행 내부에서조차 '골육상쟁' 관측 무성

 국내 간판 은행인 신한은행이 태풍에 휩싸였다. 1인자인 회장이 감독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와중에 2인자인 지주사 사장은 검찰 고소를 당했다. 자신이 28년동안 몸담아온 은행이 고소했다. 내부 결속력을 무기로 급성장해온 신한은행이 창립 28년만에 최대 위기를 맞은 셈이다.

신한은행은 2일 직전 은행장인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을 검찰에 고소했다. 혐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의 배임이다. 신 전 행장의 친·인척 관련 여신에 대한 민원이 들어와 조사했더니 950억 원에 이르는 부당 대출이 이뤄졌다는 게 신한은행측 주장이다.



은행이 전임 행장을 배임 혐의로 고소한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신한지주는 이날 오후 곧바로 이사회를 개최, 신 사장 해임 결의안을 통과시킬 예정이었다. 모든 게 사전에 철두철미하게 준비된 듯 속전속결이다. 그런데 해임을 위한 이사 정족수가 부족해 일단 이사회는 차후로 미뤄졌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재일교포 사외이사들이 오려면 시간이 걸려 오늘 당장 이사회를 하긴 어렵다"며 "배임혐의가 있어 고소한 것이니 확대해석을 말아 달라"고 강조했다.



신한지주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금융권에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당장 '리스크 관리하면 신한'인데 이런 일이 은행에서 수년 간 방치됐다는 걸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신 사장이 "은행 시스템 상 그런 일이 있을 수 없다. 불법대출은 없었다. 저 스스로도 이런 일이 왜 일어났는지 모르겠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고소 배경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고소가 이뤄진 지난 1일에도 신 사장은 창립 9주년 기념식 참석하는 등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했다.

신한지주가 우려하는 '확대해석'은 다름 아닌 최근 금융권에 떠돈 라응찬 회장과 신 사장의 불화설이다. '설'의 발단은 라 회장과 박연차 회장의 자금 거래에 대한 검찰수사였다. 라 회장은 2007년 4월 박 회장 계좌로 수표 50억 원을 입금했다가 지난해 6월 검찰에 소환돼 어떤 용도였는지를 조사받았다. 차명계좌 논란이 일었지만 라 회장은 "경남 김해의 가야 C.C 골프장 지분을 인수해 달라고 맡긴 돈"이라고 해명했고, 결국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런데 올 들어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이 이 사건을 또 끄집어냈다. 검찰 조사 결과 라 회장이 금융실명제법을 위반한 게 드러났는데도 금융당국이 처벌하지 않고 있다는 것. 주 의원은 국회에서 이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며 라 회장을 궁지로 몰았다. 결국 금융감독원은 지난 8월 검찰로 부터 자료를 건네받아 실명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 관계가 틀어졌다는 소문이 계속됐다. 당시만 해도 신 사장의 지인들은 "라 회장과 신 사장 관계를 안다면 소문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요즘 그 일로 신 사장이 상당히 힘들어하고 있다"는 말을 전하곤 했다. "신 사장이 그룹 내에서 오해를 받고 있는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신 사장이 라 회장의 실명법 위반 군불을 지피는 곳과 어떤 식으로 든 연결된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오해' 인지 여부는 현재로선 알 길이 없다.

이런 탓에 금융권에선 1(라 회장)과 3(이백순 행장)이 2(신 사장)를 협공한 골육상쟁이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수면 아래 잠복해 있던 권력다툼이 촉발됐다는 거다. 신 사장은 그간 라 회장의 뒤를 이을 그룹 2인자로 인식됐다. 그 만큼 제일교포 주주들 사이에서의 입지도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이런 탓에 검찰고소가 '차도살인(借刀殺人)'의 계책 아니냐는 설명이다. '차도살인'은 손자병법 36계 중 3번째 계책으로 남의 칼을 빌려 상대를 친다는 의미다. 목표는 상대를 치는 거고, 그 방법으로 남의 칼(검찰)을 빌린다는 얘기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그러나 "신 사장 친인척 대출과 관련된 소문은 수년전, 은행장 재직 때부터 나왔던 것"이라며 "더 이상 방치하면 은행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해 고소를 하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신한은행 직원들조차 이번 사태를 골육상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 은행의 한 지점장은 "경영권 문제를 내부적으로 조용히 풀어야지 이런 식으로 해결하는 것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은행에서 일어날 수 없는 창피스러운 일"이라고 푸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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